Page 25 - 월간사진 2017년 3월호 Monthly Photography Ma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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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리나_최종-수정_월간사진  2017-02-21  오후 2:40  페이지 8















































                                                              프리다 칼로의 회화를 오마주한 작품. For Kahlo White & Red, 90 x 63 cm, Diptych, Archival Pigment Print, 2007




                  사진 속 모델의 눈빛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사진 속 미장센(mise-en-scéne)은 과거 회  #누드인 이유
                  화들과 비슷하지만, 눈빛만큼은 그림 속 주인공들과 다르다. 작가 스스로 그림 속 모델로        가장이나 가식(Masquerade)을 벗어나 예술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았는지 추측해보겠
                  등장해 때로는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때로는 팜므파탈처럼, 때로는 모든 것에 순응한 여인        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이는 실제 삶에서 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행위이기도 하다.
                  처럼 묘한 눈빛을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독특한 사진은 바로 러시아 출신 카트리나        기억할 수 있는 범위에서, 다른 사람의 성격, 행동 등을 따라해 보고 싶었다. 집착이라고 해
                  벨키나(Katerina Belkina)의 작업이다. 어떤 회화작품을 오마주했는지를 찾아보는 것도   도 좋다. 작업 과정에서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따라할 때마다 황홀함을 느꼈다.
                  흥미롭지만, 그 눈빛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상상해보는 것도 작품을 보는 재미다.            #작업과정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나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생각해본다. 그런 다음 스케치를 하
                  #잠재의식을 찾아서                                              고, 작업을 함께하는 친구들과 상의를 한다. 이후 작품의 구성, 색상, 형태 등을 결정한 뒤
                  사람들과 세상의 관계를 탐구하는 것을 좋아한다. 인간의 감정, 즉 기쁨과 슬픔, 무관심, 시     촬영에 들어간다. 사진을 찍고 나면 그 위에 그림을 그린다. 리터칭, 디지털 페인팅, 콜라주
                  기심 같은 추상적인 것을 시각화하는 것에 큰 흥미를 느낀다. 이를 통해 나 자신에 대해서       등이 주된 작업이다. 여기에만 3~4주의 시간이 소요된다. 완벽을 기하기 위해 충분한 시
                  도 생각해볼 수 있다. 마음 깊이 내재된 잠재의식을 찾는다고나 할까.                  간을 들여 작업한다.
                  #오마주 작품 선택기준                                            #페미니즘에 관하여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회화작품들을 위주로 선택한다. 인상주의, 표현주의, 아르데       누군가 내 작업을 여성주의 관점(해방)에서 해석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여성의’, ‘여성
                  코, 구성주의, 입체주의 등이 해당된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이 시기의 예술품을 좋아했던      주의’라는 단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예술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 에드가 드가, 프리다 칼로, 구스타       에 어떻게 성별이 있을 수 있나. ‘여성’이라는 사실 말고도 나에겐 남들과 구별할 수 있는
                  프 클림트, 타마라 렘피카 등 오마주한 작품들 모두 내가 어렸을 때부터 사랑해온 것들이        기준들이 100가지도 넘게 있다.
                  다. 작품을 보면서 그 당시 작가들의 감정이 궁금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영감을 얻는 것들
                  #연극배우처럼                                                 예술가들의 작품, 영화, 음악 등 다양한 것에서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이들은 오로지 이미
                  나의 얼굴과 몸을 캔버스로 사용한다. 작품 속 인물이 되어 카메라 앞에서 감정을 표출하        지를 만드는 데만 큰 역할을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성찰’이다.
                  한다. 마치 관객 앞에서 집약된 감정을 배설하는 연극배우처럼 말이다. 그런 점에서 내 작       #오마주의 또 다른 정의
                  업을 단순한 셀프 포트레이트라고 할 수 없지 않을까.                           존경, 숭배. 과거 예술가들의 천재성에 찬사를 보낸다는 의미다. 그들의 삶과 작품은 내게
                  #사진가이자 모델이 된다는 것                                        스승이다. 예술가로서의 길을 찾게 해줬기 때문이다.
                  사진가가 모델과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이다. 모델을 통해 사진가가 원
                  하는 것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사진가와 모
                                                                          Katerina Belkina  러시아 출신 예술가로 현재 베를린에서 작업하고 있다. 인간의 감정, 두려움,
                  델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은 이렇게 어려운 부분들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는         숨겨진 욕망 등을 시각화하는 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러시아 사마라 Photo School Michael
                  의미다.                                                    Musorin을 졸업했다. www.belkin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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