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월간사진 2017년 5월호 Monthly Photography May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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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뷰_최종-최종_월간사진  2017-04-20  오후 1:39  페이지 1






               Editor's View





















                                                    최근 에디터가 사는 동네가 재건축 붐으로 들썩이고 있다. 1979년 지어진 둔춘주공아파트 때문
                                                    이다. 서른여섯 살이 훌쩍 넘은 대단지 아파트는 조만간 사라질 운명에 있다. 요즘 벚꽃이 한창
                                                    인 그 곳을 보며 나름 감회에 젖는다. 고층 건물이 없던 시절, 10층짜리 아파트가 처음 지어졌을
                                       사            때 어린 마음에 너무도 신기했다. 지방에서 놀러온 사촌동생을 데리고 용기를 내어 그곳에 갔다.
                                                    난생 처음 엘리베이터라는 것을 봤다. 조마조마한 마음을 억누른 채 층층마다 버튼을 눌렀고, 올
                                                    라갈 때마다 ‘쿵’하는 진동이 재밌고 신기해서 키득거렸던 추억이 떠오른다. 지금은 너무도 작고
                                                    초라해 보이는 그 아파트가, 어릴 적엔 왜 그리도 거대하고 멋져 보였는지. 요즘도 매일 그 앞을
                                       라            지나 출퇴근을 한다. 추억이 깃든 건물이 모두 사라져버린그 광경과 마주한다면, 과연 어떤 기분
                                                    일까.
                                       지            집시를 촬영했던 요세프 쿠델카는 사라지는 것에 끌린다고 했다. 그가 오랜 시간 집시를 촬영했

                                                    던 이유일 것이다. 사라지는 것을 기록하는 그 소중한 미션에 사진만큼 좋은 매체가 또 있을까.
                                                    사진가들에게 생명력이 다한 그 무언가는 여전히 매력적인 피사체다. 재개발을 앞둔 산동네, 쓸
                                       기            모를 다한 광산, 철거 직전의 건물,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장터…그 끝자락이라도 사진에 담
                                                    아둘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월간사진 5월호는 건축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20세기부터 현재까지, 세계 곳곳의 다양한 건축
                                                    미학을 만날 수 있다. 예술적인 멋을 뽐내는 건축물들은 대부분 갓 지어져 생명력이 절정인 시기
                                       전            에 촬영되었다. 그래서일까. 그 어떤 피사체보다도 아름답고 눈부시다. 역동적인 에너지마저 느
                                                    껴진다. 20세기 초중반 건축사진의 레전드로 꼽히는 4인의 작품부터 최근 건축사진의 트렌드
                                                    를 보여주는 해외 작가의 작업, 그리고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예 건축 사진가 2인과의 인
                                       에            터뷰까지. 70여 페이지가 결코 지루하지 않다.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기록했지만, 그들의
                                                    사진에는 단순한 기록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담겨 있다. 만약 당신이 그것을 발견했다면 책 값
                                                    이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절정의 생명력을 뽐내는 사진 속 건물처럼, 우리에게도 인생을 통틀어 가
                                                    장 아름다운 순간, 여자로서(또는 남자로서) 가장 절정의 순간이 있다. 다행이도 그 순간이 아직
                                                    지나지 않았다면, 과연 무엇을 기록해야 할까? 기억하고 담아두길. 부디, 사라지기 전에….
                                                    글 | 박현희(편집장) · 디자인 | 서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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