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월간사진 2018년 3월호 Monthly Photography Mar 2018
P. 29
김창현_최종_월간사진 2018-02-21 오후 5:13 페이지 8
엡손 Stylus Pro4900를 이용해 인터네거티브를 만든다. 인화지를 만들기 위하여 종이에 감광액을 도포한다.
감광기를 사용하여 밀착 노광을 한다. 현상과 정착 그리고 수세 과정을 모두 마친 인화지다.
콜로디온 습판법과 백금프린트의 만남 을 받은 적도 없다. 작업에 필요한 도구까지 직접 설계도를 그려 제작했을 정도다. 초기에
는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행착오들이 결국엔 기술적인 자산이 됐다.
김창현의 사진작업이 독보적인 건 ‘콜로디온 습판법(Wet Collodion)’과 ‘백금프린트 작업을 진행할 때 가장 큰 애로사항은 약품의 독성이다. 약품 대부분이 에틸에테르, 중금
(Platinum)’를 결합했기 때문이다. 그는 왜 이토록 어렵고 힘든 작업방식을 택한 걸까. 콜 속 같은 몸에 해로운 물질이다. 질산은 용액이 팔에 떨어져 화상을 입었던 적도 있다. 작업
로디온 습판법과 백금 프린트 위에는 사진가의 작업 행위가 흔적으로 남아있다. 자세히 할 때는 고무장갑과 고글, 방독마스크를 필히 착용한다. 고가의 약품 가격 역시 부담이다.
보면 유리판 위에 도포된 약품의 흔적도 보이고, 시간(노출)의 흔적과 현상의 흔적 등 모 질산은 500g과 백금 10ml의 가격이 각각 60~70만 원, 10만 원 선이니 그럴 만도 하다.
든 행위가 사진 곳곳에서 보인다. 작업은 종이 표면에 떠 있는 이미지에 그치지 않는다. 감
광제의 색감은 종이에 깊게 스며들어 풍부한 계조의 톤으로 그려진다. 작가가 표현하고 결코 소란스럽지 않은 풍경
자 하는 감정의 상태를 결과물에 최대한 담아낼 수 있는 것이 이 프로세스의 장점이다.
얼마나 힘겨운 작업인지는 과정을 따라가보면 알 수 있다. 콜로디온 습판법을 통해 얻은 김창현의 모든 촬영은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에서진행된다. 소란스러운 것을 좋아하지 않
유리 네거티브를 디지털 장비로 스캔한 다음, 이미지를 필름 위에 인쇄해서 백금프린트 는 그의 성격 때문이다. 그는 마치 비밀의 공간처럼 혼자서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조금
를 한다. 상당히 까다롭고 전문적인 방식이다. 백금프린트는 기본적으로 밀착 인화를 해 은 휘휘한 장소에 마음이 끌린다고 한다. 대상과 오랜 시간 마주하고 교감하는 데 안성맞
야 한다. 그러니 필름 크기가 곧 프린트 크기가 된다. 예전에는 리스필름으로 인터네거티 춤인 공간이다. 한번은 촬영 장소였던 공원묘지의 양지바른 곳이 편하게 느껴져 한동안
브(Inter-negative, 오리지널을 복사한 필름)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고품질 사진용 프린 그곳에 앉아 있기도 했다. 제주도에서 작업할 때는 교류하는 사람 없이 고립된 채 혼자서
터(엡손 Stylus Pro4900)를 이용한다. 인화지는 종이 위에 감광액을 도포해서 제작한다. 일년을 살았다. 작업에 외로움이 묻어나는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종이는 표면의 두께, 색, 질감 등을 고려해서 선택한다. 종이에 따라서 최종 결과물의 느 ‘깨진 유리 파편’ 작업은 미국 대학원 시절 졸업논문 작업과 비슷한 맥락이다. 당시 작업
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그가 사용하고 있는 종이는 콘트라스트와 디테일 묘사에 주제는 ‘수집된 꿈’. 기억의 조각들을 의미하는 흑백 이미지가 담긴 나무상자에 조명을 비
강점을 보이는 ‘Arches Platine 310gsm’이다. 추는 작업이었다. 깨진 유리 작업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들키기 싫은 소중한 감정의
감광액은 네 종류의 약품을 배합해 만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백금 용액. 결과물의 콘트라 조각들을 조합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스트는 각 용액의 혼합 비율에 따라 달라진다. 김창현은 1%의 염화금을 첨가하는데, 이 김창현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고집한다. 오래전부터 혼자서 되뇌는 말이 있다. 그것은
것은 그만의 비법이다. 하이라이트 부분의 색감과 부드러운 톤을 얻기 위해서다. 밀착 인 바로 “한 작가의 작업에는 진정성과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 현재 그는 이를 실현하
화를 할 때는 암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확대기 대신, 태양광처럼 강한 자외선 빛을 발광하 기 위한 발걸음을 계속해서 내딛고 있다. 자칫 무모해 보이는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김
는 감광기를 사용한다. 밀착 노광이 끝나면 현상과 정착 수세 과정을 거친다. 현상액 온도 창현은 이에 대해 “작업 과정이 어렵고 불편하지만, 이는 단지 표현하고자 하는 목표에 가
는 21~48℃ 범위에서 조절한다. 온도가 높을수록 색감이 더 짙게 표현된다. 장 적합한 방법을 얻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말한다. 에디터 | 박이현 · 디자인 | 서바른
독학과 시행착오를 통해 습득한 기술
김창현 자연의 대상과 마주하는 ‘감각의 시간’에 대해 작업하는 사진가다. 초기 사진의 아날로그적인
콜로디온 습판법과 백금프린트의 조합은 김창현이 유일하다. 그러다보니 관련 지식을 책 분위기를 물씬 품은 고풍스런 흑백사진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서울예술대학 사진과를 졸업한 후, 뉴
과 인터넷을 통해 습득해야 했다. 누군가가 작업하는 과정을 실제로 본 적이 없기에, 조언 욕 SVA에서 ‘Photography’와 ‘Photography and Related Media’를 전공했다. changhyeon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