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월간사진 2018년 3월호 Monthly Photography Ma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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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파격적인 실험 · 독일
<ANALOG>는 제목 그대로 아날로그 사진들로 구성된 전시다. 하지만 암실에서 제작됐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발렌티나 무라비토와 수잔나 크라우스의 작업은 굉장히 실험적이다.
Everything is holy, 130 x 100cm, 2016 ⓒ Valentina Murabito
Who _ Valentina Murabito & Susanna Kraus Where _ Galerie Benjamin Eck. 뮌헨. 독일 When _ 2018.01.18 ~ 03.03
발렌티나 무라비토와 수잔나 크라우스,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하지만 독특한 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실물 크기의 아날로그 카
아날로그 사진 프로세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독일 시각예술계에서는 잘 알려 메라인 이마고(IMAGO)를 사용한 덕분이다. 이마고는 이미지를 피사체와
진 작가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흑백사진과 대형 프린트이다. 시각적인 면만 똑같은 크기(1 : 1 비율, 200 x 62cm)로 제작하는 카메라다. 다른 사람의
놓고 본다면, 가히 ‘아날로그 사진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간섭 없이 카메라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촬영하는 방식이다. 그렇
발렌티나 무라비토(Valentina Murabito)는 상당히 실험적인 흑백작업을 기에 인물의 외면과 내면의 매력을 표현하는 포트레이트 작업에 주로 사용
하는 사진가다. 아날로그 프린트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디지털 프로세스로 된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포트레이트 작업 역시 인물 자체를 탐구하는 데 초
도 구현하기 어려운 사진 표면의 긁힘과 찢겨짐이 가장 눈에 띈다. 사진인지 점이 맞춰져 있다. 작업의 모티프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우리는 <이
회화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보는 이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군데군데 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고 생각하지만, 기실
붓 터치를 연상케 하는 바림(그러데이션) 또한 매력적이다. 이들은 무라비 이 이야기는 인물학적 코드의 총체로 불린다. 대표적인 것이 ‘앨리스 증후군
토가 15년 넘게 암실에서 수행 아닌 수행을 하고나서야 얻게 된 필살기라고 (Alice in Wonderland Syndrome)’과 자크 라캉의 ‘거울단계이론’이다. 각
할 수 있다. 게다가 그녀 작업은 사실인지 허구인지도 정확히 구분되지 않는 각 ‘자신의 몸과 물체 등이 왜곡되어 보이는 경험’과 ‘거울을 통한 정체성 확
다. 사진의 리얼리티와 회화의 픽션을 교묘하게 섞어놓은 듯한 느낌이다. 이 립’을 의미한다. 이들은 주로 유아기와 청소년기에 나타난다. 얼핏 작업과
를 통해 인간의 모순된 인격, 인간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 등을 드러낸다. 작 연관이 없는 듯하지만,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는
업이 신화와 철학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 오늘날의 어른아이들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있어 보인다. 1 : 1 크기라서 별
지 다분히 형이상학적이다. 처음 작품을 마주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다른 왜곡이 없을뿐더러, 카메라 안에서 거울에 비친 나를 바라보는 시간은
작품과의 충분한 교감을 위해선 오랜 사유가 필요해 보인다. ‘진솔한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반면, 수잔나 크라우스(Susanna Kraus)의 작업은 정직하다. 대상을 직관 에디터 | 박이현 · 디자인 | 전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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