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월간사진 2018년 5월호 Monthly Photography Ma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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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_최종_월간사진 2018-04-18 오후 8:19 페이지 6
유기적 관계 속 다양한 패턴 대학원 재학 시절 이경준은 우
연한 계기로 사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당시 대학원 공
부에 지쳐 있던 그에게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높인 빌
딩과 호텔에서의 촬영 시간은 잠시 동안 허락되는 일탈로
다가왔다. 그러던 중 무심코 건물 위에서 내려다본 도심의
모습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도로 위의 차선, 교통표지
판, 횡단보도 신호등의 변화에 따라 어디론가 분주하게 이
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의 패턴처럼 느껴졌다. 그때부
터 틈틈이 서울의 패턴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인간관계와
미래에 대한 고민들로 가득했던 그에게 사진 촬영은 현실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방구로 다가왔다.
작은 점처럼 보이는 사람들과 이경준 사이엔 그 어떤 접점
도 없다. 공통점이 있다면 서울이라는 무대를 배경 삼아 함
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 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마다
의 상황 속에서 각자의 고민을 안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각자가 갖고 있는 고민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는 오늘도 쉴 새 없이 움
직이고 있다. 그의 시선은 사람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게
되는 주 무대인 건물로 옮겨졌고, 건물 주변의 선과 면이 만
들어내는 기하학적인 패턴까지 담아내기에 이른다.
패턴 속 점처럼 하이앵글을 통해 대상을 평면화 하는 것이
인상적인 그의 사진 속에서 사람들은 익명성을 얻는다. 작
은 점처럼 묘사되기에 그들이 누군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또
한, 높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보면 사람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들의 행동은 굉장히 자유롭다. 카메라
를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모습이 가감 없이 드러나
는 것이다. 그들을 패턴 속 점으로 인지하니 도심 속 사람들
의 모습을 편견 없이 바라보게 된다. 우리가 넓은 시선으로
무엇인가를 바라볼 때 직면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
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는 이경준이 인간관계와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해결했던 방법이기도 하다.
이경준 도시 생활이 만들어내는 모양새에 관심을 갖고, 도시의 지형지
물과 도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패턴을 사진에 담는 작업을 하고 있
다. 2014년 캐논갤러리에서 열린 단체전 <INDIFOTO - Open the
Door>에 참여했다.
Seoul, 2017 ⓒ 이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