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월간사진 2018년 5월호 Monthly Photography May 2018
P. 29

폴란드_최종(수정)_월간사진  2018-04-19  오후 2:15  페이지 6





















                                                                                      최소 형식, 최대 의미 고요함과 쓸쓸함, 평온함을 안겨주는
                                                                                      마르친 리체크(Marcin Ryczek)의 사진이다. 대부분 동유
                                                                                      럽을 대표하는 도시 크라쿠프의 비스와강 주변에서 탄생했
                                                                                      다. 분주하고 활기찬 한강 분위기와 분명 대조되는 정갈한
                                                                                      모습이다.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아 사진에 군더더기가
                                                                                      없다. 마치 사회주의 도시계획을 반영하기라도 한 듯 절제
                                                                                      미마저 느껴질 정도다. 또한, 은유적이면서 추상적이다. 사
                                                                                      진가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대신 해석의 여지를 열
                                                                                      어둔다. 사진과 대면하는 시간 속에서 보는 이가 새로운 의
                                                                                      미를 만들어내도록 유도하는 장치처럼 보인다. 한마디로
                                                                                      ‘최소 형식, 최대 의미’인 셈이다.
                                                                                      마르친 리체크 사진을 관통하는 요소는 다분히 형이상학적
                                                                                      인 것들이다. 그는 믿음, 소망, 평화,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
                                                                                      같은 주제를 선호한다. 이러한 주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이 바로 미니멀리즘이다. 그는 미니멀리즘의 기하학적인 요
                                                                                      소를 사진에 차용한다. 사진을 내용이 아닌 시각적인 측면
                                                                                      에서 본다면, 기하학적 요소를 기반으로 탄생한 강렬한 흑
                                                                                      백의 대비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크라
                                                                                      쿠프를 사진 배경으로 선택한 건 작가의 주 무대가 폴란드
                                                                                      라는 이유도 있지만, 미니멀리즘 양식을 구현하는 데 적합
                                                                                      한 요소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자연과 인간의 상생  마르친 리체크 사진을 보면 그가 도심
                                                                                      속 자연물과 인공물을 병치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렬
                                                                                      한 흑백 대비가 눈길을 끌지만, 그 이면에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라는 평화로운 주제가 읽힌다. 이를 잘 표현하고 있는
                                                                                      사진이 백조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남자를 촬영한 <A Man
                                                                                      Feeding Swans in the Snow>다.
                                                                                      마르친 리체크가 도시라는 틀 안에서 철학적인 내용만 이야
                                                                                      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사회·문화적인 이슈에도 관심이
                                                                                      많다. 미국 이민을 다룬 <Emigration>과 EU와의 통합을 지
                                                                                      지하는 대중들의 시위가 열렸던 독립광장에서 촬영한
                                                                                      <Border>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물론, 여기에서도 그는 미
                                                                                      니멀리즘 양식을 놓치지 않고 있다.




                                                                                      Marcin Ryczek 그래픽 아트와 미니멀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폴란드
                                                                                      출신 사진가다. 사진에 철학적인 내용을 담아 보는 이로 하여금 사유
                                                                                      를 하도록 만드는 작업을 한다. 백조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남자를 촬
                                                                                      영한 <A Man Feeding Swans in the Snow>를 통해 국제적인 사진가
                                                                                      로 발돋움했다. www.marcinryczek.com
                                                        Ascent ⓒ Marcin Ryczek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