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월간사진 2018년 12월호 Monthly Photography Dec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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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_최종_월간사진  2018-11-21  오후 9:34  페이지 081


































                                                                       풍경사진을 3차원 형상으로
                                                                       나무, 바다, 붉은 색 협곡이 담긴 풍경사진을 구부리고, 자르고, 접고, 여기서 더 나아가 시멘트로
                                                                       덧입히기까지. 손으로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 사진에 적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리사 윌슨의 작업
                                                                       이다. 편평한 이미지를 변형한 다음, 이를 다시 나무, 철, 콘크리트 등과 결합시켜 하나의 오브제
                                                                       로 탄생시켰다. 비닐에 프린트한 사진을 나무로 고정시킨다든지, 콘크리트에 유제를 전사한다
                                                                       든지,  철에 UV프린트를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2차원 이미지를 3차원 형상으로 재탄생시킨 그
                                                                       의 ‘사진 조각’은 디지털 프로세스에 가려진 사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리사 윌슨(Letha Wilson)은 “2010년을 기점으로 사람들이 예술작품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
                                                                       다.”고 말한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텀블러 같은 플랫폼의 확산 때문이다. 현실과 가상공간을
                                                                       부유하는 이미지들이 어떤 대상을 실제로 바라보는 행위를 대체한 것이다. 하지만 리사 윌슨의
                                                                       작업은 최근 트렌드와는 정반대다. 스마트폰으로 이미지를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
                                                                       한다. 3차원 형상으로 재탄생한 이미지는 전시장에서 일정 공간을 차지하며, 독특한 질감을 드
                                                                       러내고 있다. 오로지 현실공간에서만 마주할 수 있는 이미지인 셈이다.
                                                                       일차적으로 눈에 띄는 건 자연물과 인공물의 조화다. 자연물(풍경사진)이 인공물(철, 콘크리트,
                                                                       함석 재질의 오브제)의 일부인지, 인공물이 자연물의 일부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이질감이 있
                                                                       을 것 같지만, 작업은 의외로 새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작품이 자연과 인공 그 경계에 놓여 있음
                                                                       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자연풍경을 프린트한 사진은 화학 물질로 만들어진 것이요, 작업에 사용
                                                                       된 콘크리트 역시 자연물인 화산재가 혼합되어 만들어진 것을 선택했다. 자연물과 인공물의 격
                                             작업 전몇 번의 테스트 프린트를 한다.     차를 줄이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묘한 조화로움이다.

                                                                       손으로 만지며 ‘경험’하는 사진
                                                                       리사 윌슨 작업에서 두 번째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사진을 경험하는 방식’이다. 오늘날 이미지
                                                                       를 경험한다는 것은, 스마트폰 위에서 핀치줌을 하거나, 마우스를 이용한 크롭, 트리밍 정도에 국
                                                                       한되어 있다. 가상의 세계에서만 작동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예전 아날로그 방식(암브로타입 같
                                                                       은)을 이용하면, 이미지를 직접 손으로 만지며 경험할 수 있다. 그녀가 아날로그 카메라로 촬영
                                                                       한 이미지를 다양한 매체 위에 결합시키고 변형하는 이유다.
                                                                       위와 같은 경계에 관한 작업의 모티브는 바로 ‘이주’다. 하와이에서 태어난 리사 윌슨은 유년시
                                                                       절 미국 콜로라도로 이주를 했다. 콜로라도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진 도시이지만, 도시화 과
                                                                       정에서 인간이 남긴 상처로 인해 고통을 받는 지역이다. 도시에 살던 그는 종종 외곽지역을 거닐
                                                                       며 목가적인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를 계기로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회화를 전공하면서도 다양한 매체와 작업 프로세스를 융합하는 것에 큰 흥미를 느꼈다. 특
                                                                       히, 사진과 조각, 재현과 추상, 아름다움과 파괴 등을 하나의 작품 안에 담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
                                 강철, 콘크리트 등‘사진 조각’인 만큼 다양한 공구를 사용한다.
                                                                       한 작업이 <Hawaii Palms Green Triangles>, <Steel Face Concrete Bend> 등이다. 공간적·물
                                                                       리적 접촉을 통해 관람객들이 이미지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작업들이다. 여기에는 사진을 바라
                                                                       보는 양가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시공간을 오가는 이미지가 어떤 대상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여전히 사진이 자연적인 요소들을 보여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단순 정보를 수동적으로 습
                  Letha Wilson 뉴욕 브루클린에서 활동 중이다. 풍경사진을 이용하여 강철, 목재, 콘크
                  리트 같은 재료를 결합시켜 조각 작품을 만든다. 시라큐스 대학교에서 학사 과정을, 헌      득하게 만드는 도구로 인식해야 할까, 아니면 차원을 넘나드는 매체로 인식해야 할까. 그 경계에
                  터컬리지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www.lethaprojects.com             리사 윌슨의 작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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