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이한우 개인전 묵언 전자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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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호수는 고요하다

                                                                               침울한 하늘을 끌어내려 수면에 깔고
                                                                               연잎은 빙산처럼 떠있다
                                                                               수면아래 고개를 파묻은 연은 말이 없다

                                                                               엽록소의 계절을 넘어온 그는 햇살에 푸른 몸을 내어주고
                                                                               찬연한 무채색 옷을 입었다

                                                                               햇살 벌레들 옹글거리며 살갖을 갉아먹어도
                                                                               그저 고요하다



                                                                               견디고 있는 건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건가, 누구를



                                                                               정적만이 출렁이는 화실에서 고개를 들이밀고
                                                                               말 없는 함성을 화폭에 쳐넣고 있는 나는





                                                                                                    신축년 끄트머리에서  이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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