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하나님이 주신 멍석에서 멋지게 놀아라(최웅섭이야기)증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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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하고 비참했다. 하나님의 대사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이슬람 서에 들어서자마자 그들은 아무 말도 못 하게 했다. 무조건 컴퓨터
땅에 들어가 복음을 전하고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겠다고 엄 학원을 그만두라는 것이었다. 다른 방법이 없다고 그 자리에서 못
청나게 기도했던 최웅섭이었다. 필리핀에서 8개월 동안 훈련 받으면 박았다. 달리 방법이 없다던 세무사가 갑자기 밝은 얼굴로 자기에게
서 가장 먼저 새벽을 깨우며 기도했던 자타가 공인한 기도의 용사, 해결 방법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웅섭이었다. 나만큼 기도로 무장된 선교사가 있을까 자부하던 나 “컴퓨터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수입이
였는데, 그 상황에서 아무 변명도 못하고 그들이 하는 말만 듣고 있 많아질 것이고, 그러면 한국에서 지원을 받는 의심을 피할 수 있지
을 수밖에 없었다. 않겠습니까?”
무슨 길이 있겠지, 막연하게 믿고 있는데 세무서에서 날마다 전화 그렇게 영어 학원을 증강, 개설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내가 영어
로 나를 불러들였다. 에 취약하다는 것. 세무사가 생각하기에는 내가 영어를 가르칠 정도
“회사 문을 닫아 줄까요? 아니면 스스로 닫을래요?” 의 수준이 된다고 보았던 것 같다. 세무서 직원들과 영어로 대화를 나
암담하기만 했다. 누는 것을 보고 영어 학원을 열자고 했던 것이다. 영어 학원을 개설을
‘학원을 닫으면 비자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우리 가족이야 그 위해 한국에 요청하여 교사가 파견되었다. 잘되어 가나 싶었지만 이
렇다 치고 나를 믿고 이곳에 온 다른 선교팀들은 어찌해야 하는가?’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컴퓨터 학원을 운영하면서 영어 코스
그들 앞에 서면, 0.1초 단위로 머릿속에 온갖 상념들이 뒤죽박죽 도 개설했지만, 결국에는 임시방편으로 회사를 닫기로 결정하였다.
끓어오르곤 했다. 그렇다고 억울하게 내 돈을 들여 세금을 더 낼 수 그러나, 곧 컴퓨터 학원으로 폐쇄 조치가 내려졌다. 세무서 직원
도 없는 노릇이었다. 날마다 세무서는 더 센 강도로 나를 조여 왔고, 의 협박 같은 방문 후,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
그럴수록 고민이 깊어지고 피가 바짝바짝 말라왔다. 엎드려 기도해 는데, 답을 찾을 길이 없어 잠을 청할 수가 없을 정도로 괴로웠다.
봐도 응답이 오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고, 또 다
‘하긴, 이것이 기도한다고 해결될 일인가? 저들이 나를 선교사인 시 미칠 지경이 되었다. 처음 아제르바이잔에 들어왔을 때로 되돌아
것을 다 알고 저러는 것인데!’ 간 듯한 심정이었다. 기도에 몰입하고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서재에
생각다 못한 나는 사무실의 세무사와 함께 세무서 직원을 만나러 들어가 엎드려 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매일 붙드는 것이라곤 기도밖
갔다. 사정을 하든 어떻게 하든 돌파구를 찾고 싶었다. 하지만 세무 에 없었지만, 앞뒤 안 가리고 찾아오는 고민과 고통은 기도의 자리
46 주님이 지목하여 부른 땅 아제르바이잔공화국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