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박은미 초대전 2025. 11. 5 – 11. 14 장은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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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달하고 자유로운 필치의 닭 그림





          특정 소재로만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적지 않다. 이를 소재주의라고 말하는데 여기에는 양면성이 있
          다. 다시 말해 특정 소재를 집중적으로 다룸으로써 그 소재 박은미의 닭 그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이
          질 뿐더러 조형적인 완성도 및 세련미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에 특정 소재를 반복적으로 다루게 되
          었을 때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특정 소재일지라도 그 조형적인 해석에 따라 얼마
          든지 다양하고 풍부한 조형미를 구현할 수 있다.


          박은미는 정유년을 맞이하여 12간지 가운데 하나인 닭을 소재로 하여 전시회를 마련했다. 정유년은
          글자 그대로 ‘붉은 닭의 해’이다. 60갑자 가운데 34번째에 해당하는 정유년의 주인공 ‘붉은 닭’을 소
          재로 하여 다양한 이미지의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 이렇듯이 띠를 소재로 한 작업이지만, 작가의 시
          각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다양한 조형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무엇보다도 소재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을 일거에 해소할 만한 다양한 이미지로 표현함으로써 작
          품 전체를 조망하는 즐거움이 적지 않다. 다시 말해 닭이라는 소재만을 취했을 뿐 인물과 풍경은 물
          론이려니와 정물에도 닭의 이미지를 도입함으로써 단순히 닭을 중심으로 하는 띠 그림의 일반성에서
          탈피하고 있다.

          띠를 소재로 한 전시는 미술계에서는 하나의 세시풍속과 같은 의미로 행해진다. 즉 새해를 맞이하여
          그해에 해당하는 띠를 소재로 그림을 그린다. 이는 띠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 때문에 일반인들의 관심
          및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데 착안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기존의 띠를 소재로 한 일반
          적인 전시회를 보면 대체로 특정의 띠 그 형태미만을 부각시키는데 집중한다.

          이에 반해 닭을 소재로 한 그의 띠 그림은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나고 있다. 소재 자체에 대한 다양한
          조형적인 변주가 특징이다. 다시 말해 닭이라는 소재의 형태미에 초점을 맞춘 작품도 있으나 대다수
          의 작품은 닭이 존재하는 상황이 우선한다. 가령 인물이 함께 하는 작품에서 닭은 보조적인 이미지에
          머문다. 자연풍경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에서도 닭은 그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로써 알 수 있듯이
          그는 닭의 형태미 자체보다는 닭이라는 띠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과 더불어 다양한 존재방식을 부각
          시키려는 것이다.

          그러기에 특정의 띠 그 형태미만을 부각시키는 일반적인 띠 그림과는 다른 관점을 필요로 한다. 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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