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박은미 초대전 2025. 11. 5 – 11. 14 장은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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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 붉은 맨드라미 61.5x47cm 장지에 채색
가지고 있는 화려한 형태미에 앞서 그 상징성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려는 의도임을 간파할 수 있다.
새벽을 가르는 닭의 울음소리는 광명의 상징으로서 악을 물리치는 신성한 기운, 즉 벽사의 기운을 가
진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런가 하면 닭 벼슬은 사대부나 임금이 머리에 쓰는 관을 닮았다하여 입신
양명을 뜻하며, 닭과 병아리는 다산을 상징하기도 한다. 더구나 조선시대에는 궁중의례에 등장한다
는 사실이 말해주듯이 닭은 인간 삶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아주 중요한 존재이다.
실제로 닭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서 다양한 의미로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우리의 삶과 함께
하는 존재로서의 상서로운 기운을 그림 속에 담아내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의 작품은 닭의
상징성과 함께 순수한 회화적인 해석, 즉 조형적인 아름다움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닭의 존재를 크게 부각시키지 않고도 세화로서의 의미를 중시한 목적화로서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그만의 조형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존재하는 다양한 닭의 존재방식을 관찰하고 그러한 정경을 화폭에 담아
냄으로써 단순한 띠 그림으로서의 목적성을 뛰어넘고 있다. 특히 개성이 뚜렷한 활달하고 유려한 필
선은 회화적인 표현에 잘 어울린다. 어쩌면 그의 닭 그림이 소재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도 그 필
선의 자유로움에서 비롯되는지 모른다.
그의 작품은 전형성에서 벗어나는 자유로운 필치는 속도감을 수반한다. 세부묘사를 의식하지 않은
채 형태의 개략적인 이미지만을 취하는 방식이어서 감각적인 필치가 가능하다. 색채이미지 또한 원
색적인 색채를 기반으로 하는 화려한 이미지의 경향성을 탈피하여 진중한 색채를 선호한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가 화면을 지배한다. 이러한 색채감각은 그 자신만의 미적 감수성과 정
서를 반영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사실보다는 그 이면적인 세계에 시선을 줌으로써 내면적인 깊이
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닭 그림은 세화로서의 성격에 갇히지 않고 그 자신의 미적 감수성 및 조형감각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신 항 섭 (미술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