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김예령 초대전 2023. 12. 18 – 12. 24 금보성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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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소망의 생명나무 작가 김예령
글: 이철규 (예원문화예술대학원 미술전공 주임교수)
김예령작가의 나무와 숲에는 사랑과 생명이 있다.
그 나무에는 살랑 부는 포근한 바람이 얹혀 있고 새들이 춤을 춘다. 이미 심어진 그 곳에서 묵묵히 자라 사계절을 지내며 자연의 생명을
불어주고 있는 나무이다. 그 어떤 불평도 없이 그 자리에서 조용히 자라고 있고, 좋은 곳, 좋지 않은 곳을 구별하지 않고 다가오는 그
누구도 위로하고 감싸주는 나무이다. 다른 무언가에 억지로 옮겨지지 않는 한 늘 있던 한 자리에서 영속적으로 살아가는 나무이다.
그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룬다. 그 숲에는 인간들이 한 가족이 하나가 되어 하늘을 날며 사랑과 생명의 신비를 노래하고 있다. 사계절과
일 년, 수십 년 수백 년 수천 년의 세월을 끌어안으며 노거수(老巨樹)된 나무는 더불어 천이(遷移)를 이룬다, 그렇게 이루어진 숲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생명들로 채워진다. 그래서 숲과 나무는 전부를 내어 준다. 그것도 제한 없이 그 품을 생명들에게 내어준다. 팍팍한
도시 삶에 지쳐 찾아온 이들도 외면하지 않는다. 기꺼이 자신을 환대의 품으로 내어준다. 사계절 어느 때고 보고 듣고 느끼며 쉴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내어준다.
김예령작가의 숲과 나무는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또 하나의 세상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자리와 닮은 그러나 그와는 또 다른 차원의
세상이다. 고요함이 있고 무질서한 듯 보이지만 질서 있는 또 하나의 세상이다. 사유가 있고 회복력이 있고 생명으로 가득 찬 또 다른
자유가 있다. 나무를 보고 숲을 보면 생명의 기원을 느낀다. 사계가 있는 대지의 순환이다. 인간의 한없는 안식처이자 돌아갈 곳이다.
태초에 하나님 창조의 중심에는 생태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의하는 극상(極相, Climax)의 숲인 에덴이 있었다. 창세기에는 하나님이 동쪽
지방에 에덴에 사람이 살게 하셨으며 그곳에서 보기에 아름답고 먹기에 좋은 온갖 종류의 열매를 맺는 나무가 자라게 하셨다. 사람에게는
에덴의 동산을 경작하며 지키는 동산지기, 혹은 숲 관리인으로서 최초 사명을 부여하셨다. 결국 인간은 나무와 숲에서 새들과 꽃과
교감하며, 사랑과 생명의 진리를 알게 된다.
이렇듯 김예령작가의 숲과 나무는 안식처이자 사랑과 생명을 찾아가는 곳이며, 우주적인 구원과 영생을 의미하는 생명나무이다. 생명수
강의 좌우에 뿌리를 내린 생명나무의 열매는 새 하늘과 새 땅이 이루어질 때 영생을 제공하고 나뭇잎은 모든 사람을 치료하는 약재가
된다.
김예령 작가는 나무와 숲, 즉 생명나무를 통해 사람들이 눈감아 온 감성을 회복하고자 한다.
그리고 우리의 삶을 재발견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방법적으로 자신의 일상들이 모여 인격체를 이루듯이 사소한 주변을 결합시켜
작품으로 연결시켰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생명나무 작업들은 세월의 변곡점들이며, 그래서 가장 순수했을 당시 유년시절 동심의 기억과 또 가정을 이루고 어린 자녀
성장 때의 감격과 소중함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아름다운 추억들이 모여 창작의 모태 동기가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작가의 작업은 부드럽고 온화하며 명상적인 분위기를 이룬다. 작가의 색채는 실제를 통해서가 아닌, 의식과
감정의 흐름에 의해 결정되어 작가만의 독특한 색채가 완성된다. 나뭇가지 사이로 빼꼼히 드러나는 하늘은 현실적인 색채와 다른
이질적인 색채로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생명나무는 바람결에 포근이 다가와 살짝이 나의 뺨을 스치며 위로하시는 절대자를 의미하며 언제나 창작행위의
중심에는 인간영역 너머의 존재가 동행해 왔음을 의미했고, 지금까지 오랜 세월을 함께 함으로 행복과 기쁨 때로는 고난도 모두 감사로
연결되는 감성의 작품이라고 본다.
부디 이번 김예령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보편적인 꿈과 소망과 희망이 우리에게 다시 한번 가슴속에 타오르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202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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