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임현주 개인전 2025. 1. 20 – 2. 7 갤러리모나리자산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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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지 않아도 너는 온다”
작가는 "‘아리아드네의 실’에서 선에 대한 의미를 찾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실은 급박한 목숨의 선"
이었으나, 자신은 "산복도로에서 펼쳐진 일상의 골목과 계단을 실로 표현하면서 삶의 선으로 읽었다"
고 했다. 그렇다. 그에게 실과 선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선이다. 그 선이 계단이 되고 골목이 되었
다. 청자 매병과 주병에서 가져왔다는 그 선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사이를
연결하는 조화다.
‘아리아드네’를 떠올린 것이 묘하다. 그리스어에서 아리아드네는 아리(ἀρι-, 가장)와 아드노스(ἀδνός,
거룩한)의 합성어로 간주된다. 이 “가장 거룩한”이란 말은 바로 어머니일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해온 임
현주의 작업에서 언제나 어머니가 읽힌다. 그림에서 보이는 어머니의 모습은 두 사람이다. 자신의 어
머니와 작가 자신인 어머니다. 그림 속 곳곳에서 따뜻한 어머니의 사랑이 발견되지만, 그 아래 깔린 아
득한 슬픔이 보이는 이유는 어린 시절 겪었던 어머니와의 갈등과 애증 때문일 것이다.
젊은 시절 동화작가로 등단하여 자신이 상상하는 이야기로 자신을 찾고자 했다. 그러다 그림이라는
더 나은 표현 방법을 찾은 것 같다. 처음부터 자신을 제대로 표현했던 건 아니었을 것이다. 수많은 종
류의 그림을 그리다가 작가는 자신의 내부로 파고들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실존을 발견하
고 표현했다. 임현주에게 실존은 사물의 존재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삶을 다른 존재와 구별하여 표현
했다. 그래서 키르케고르(S. Kierkegaard)의 실존주의에 가깝다. 그러나 키르케고르처럼 신 앞에 홀로
서서 찾은 것이 아니다. 자신의 반성과 사색으로 자신을 찾았고, 그런 것이 지금의 그림으로 나왔다.
그래서 독존(獨存)이 아니며 공존(共存)이다.
구불구불한 선으로 이루어진 그의 그림에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꼈던 사랑과 진실, 그리고 갈등과
욕망의 승화를 추구하는 힘과 시선이 들어있다. 이런 힘과 시선이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어떤 것
을 보여주는지, 어떤 곳으로 그들을 데려가는지는 알 수 없다. 발자크(H. Balzac)의 말처럼은 사랑은
바람과 같아서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것이고, 진실 또한 어느 한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
다. 그림을 보는 모든 사람은 그의 그림을 보고 자신의 길을 갈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것은 작가가 가
진 진실과 진정성이며, 그가 펼치는 동화의 세계다.
자신이 살아왔던 세월과 시간에 대한 깊은 사고로 자신의 본성과 인간의 본질을 재현하는 작업은 쉬
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의 환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환경에 익숙해졌고
그것을 그림으로 드러내었다. 그는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젊은 시절 꿈같고 동화 같던 자신의 환상
을 따라간다. 세상과 우주가 반사되는 자신만의 동심(童心) 거울을 만들고 비추어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