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정인화 작품전 2024. 8. 14 – 8. 20 갤러리이즈
P. 4

마음을 위로하는 정인화의 서정시                                                               정인화와 꾸는 꿈
                                                                                          정인화의 작품이 향기를 가지는 연유는 작가의 현재와 과거 사이의 시간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예술
          정인화 ‘그 곳을 품다’ 두 번째 작품전에 붙여                                                      적 생명력을 분출하기 위한 창조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 정인화의 작품을 볼 때면, 그의 작품에는
                                                                                          옛 것의 감성이 색으로 녹아들어 있음을 느낀다. 작가 또한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자연과 아련
                                                                                          한 추억의 소재들을 마음의 눈으로 포착하듯 재구성 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림마다 작가의 행복함과 따
                                                                                          뜻함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 단순히 형태만을 주목하는 것이 아닌
          예술은 언제나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실제 풍경을 넘어서 그 풍경에 대한 인간의 느낌과도 깊이 연결되                          서정적 관심을 녹여내고자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눈은 형태 이상의 것들 즉, 소재에서 주는 변
          어 있다. 흔히 보이는 것과 느끼는 것, 이 두 가지가 하나의 작품을 결정해 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남                    치않음 이나 애틋함, 신비로움 등을 발견하고 또한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들이 생각하는 예술은 보이는 것을 모방하는 것이라면, 사실상의 예술은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 내면의
          세계를 모방해야 한다. 만약 예술이 가시적인 세계만으로 제한된다면 실제의 직접적인 재현보다는 상                           정인화의 작품들은 따뜻하고 서정적인 시의 한 잔상 같기도 하고, 온화하고 소박한 모습들 속에서 봄빛
          징과 감정이라는 수단에 의해 표현되어야 보다 훌륭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의 축복을 받은 생명을 노래하는 것과 같다. 봄날의 꽃 틈에 조용히 등장하는 옛 풍경과 잔잔한 햇살이
                                                                                          선사하는 울림 등이 노래하는 선율처럼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묘사에 있어 능숙한 기교를 바
          정인화의 향기                                                                         탕으로 한 그림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오만한 기교보다는 하나의 틀 속에서 전체적으로 균형
          예술가는 외적인 것에서 시작해 내적인 것을 탐구하는 사람이며, 또한 비물질적인 분야를 탐구하는 사                          있는 화면의 조화와 짜임새를 상당히 중시하고 있음을 느낀다. 또한 봄 꽃잎의 터치는 필요에 따라 밀
          람이다. 그림은 예술가의 시각, 경험, 관심사, 그리고 그가 느낀 것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집과 여백을 조화롭게 구성함으로써 안정적으로 화면을 연출한다. 그것은 화면의 구성과 더불어 주제
          예술가가 ‘얼마만큼’이나 보았고, 경험 했고, 또 느꼈는지에 따라 그림은 서로 다른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의 표출이 중요하게 수렴되어야 한다는 인식의 결과로 보여진다.
          고 할 수 있다. 표현에 있어 재료의 역할은 예술작품을 형상화해 내는 구체적인 수단이며, 동시에 그것
          은 작가의 의도에 앞서 영역과 형태화를 결정짓는 동기가 된다. 그러므로 예술가는 작품 활동을 통해서                         정인화와 송이송이 그리움
          참신한 재료의 발굴과 사라져가는 서정적 인간미, 그리고 그 영원성의 표현을 시도하고자 하는 것 이                          정인화 그림에서의 봄꽃이 있는 옛 풍경은 작가에게 단순히 작업의 소재거리가 아니다. 감정적으로 교
          다.                                                                              감하고 소통하는 또 다른 작가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질박한 장독대들의 군집과 빛바랜 툇마루
                                                                                          밑의 신발들, 대문사이로 펼쳐지는 개나리와 장독대들의 향연. 등장하는 따뜻한 빛과 색. 그리고 그 빛
          정인화와 사랑 피는 봄                                                                    을 담아내는 형. 따라서 봄날의 옛 풍경을 대상으로 그리는 모든 과정과 요소들이 자연답다. 결국 작가
          이번 정인화의 두 번째 개인전의 근작들을 살펴보면 작가 내면의 따뜻함과 서정적인 시간을 담은 정인                          정인화의 그림은 스스로가 자연이자 시간인 것이다. 그 어떤 꾸밈이나 가공이 느껴지지 않는 작가적 소
          화만의 색을 표출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것은 작가가 세상을 살아가며 느끼는 시각에 대한 해석일 것이                         양이 그림에 묻어남으로써 가장 서정적이면서 정겨운 옛 봄날이 탄생하는 것이다.
          다. 작가의 심안 안에서 보이는 유년의 기억들은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꽃향
          기가 되었다. 작가 정인화의 근작들은 평소 작가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기억하거나 혹은 작가만의 순                         정인화와 꽃들의 합창
          수한 창작으로 만들어 낸 구체적인 형상들과 그에 걸 맞는 미감들로 이야기들을 만들어 냄으로써, 관객                         작가 정인화는 주로 유년의 기억과 전원의 자연을 주제로 작업을 해왔다. 최근 그의 작업은 야생화나
          들에게 신선한 미적 자극과 여운을 주어 끝이 없는 작가의 내면과 기억을 엿보게 할 수 있다.                             빛바랜 기와 등 색채는 단아하면서도 절제 되었으며, 묘사는 매우 치밀하면서도 화려한 색채를 선보이
                                                                                          고 있다. 그간의 화면 속에 등장하는 꽃잎들이 섬세하게 찍은 점묘에 가까운 작업으로서 색감을 순화시
          또한, 정인화의 작업이 주는 독특한 구성미와 색, 스며들거나 쌓아 올린 물감은 한국적 정감과 색, 그리                       켰다. 얼핏 보기에는 단순히 꽃들의 군집 같지만, 지극히 차분하게 터치함으로써 화면을 채워가는 그만
          고 형상과 리듬을 만들어 결국 정인화만의 색으로 그려진다. 아마도 작가는 그리운 옛 풍경이 가지는                          의 감성 즉, 그 감성 속에 녹아있는 서정적 안락함이 꽃 한 송이, 한 송이의 표정으로 귀결되었다.
          따뜻함과 기억의 유동성에 관하여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옛 풍경의 생명성과 순
          환성이 시간의 속성과 만나 삶의 전개방식에 초점을 두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인화의 시
                                                                                          유년의 피사체를 유심히 관찰해보면, 필자의 눈에는 화면상으로는 꽃과 오지 항아리 혹은 옛 가옥의 재




          2
   1   2   3   4   5   6   7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