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정인화 작품전 2024. 8. 14 – 8. 20 갤러리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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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으로 보이나 실상은 화면에 그려 넣은 다른 풍경. 즉, 햇살을 담은 나무대문, 다듬어지지 않은 돌계단,
화려한 꽃담, 우리의 시골에서 보여지는 구수한 풍경과 그 속에 담긴 향기, 그 향기를 품은 작가의 기억
은 주제성의 표출이 강력하게 느껴진다. 이런 방식을 통해 작가는 삶을 대하는 방식이나 태도 등을 회
화의 방법으로 꾸미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를 통해 자신만의 마당에서 본연의 존재성을 확인하고 있
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정인화의 사랑
작가의 근작에서 봄 풍경을 매개로 하여 본질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방법적으로는 조금씩 다른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투박한 붓질과 다양한 색채의 봄 꽃잎, 그리고 주변 풍경과 대비를 살려준 대범
한 색조와 함께 마치 관객을 향해 길게 손을 내민 것처럼 그려진 봄꽃의 군집 등, 매 화폭마다 그 방법이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삶이 구상화된 면과 색채의 독특한 내재율을 통해 작가 내부에 존재하는 심
미적 기능성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현재와 과거, 자연과 생명에 대한 이러한 예찬으로 이어지는 정인
화의 작품들은 정교한 구성과 색상의 조화를 통해 정인화만의 독특한 미감을 자아낸다. 또한 이번 전시
를 통해 작업을 통해 작가 정인화의 삶의 방편을 말해주고 있다.
작품에서 등장하는 옛 봄의 풍경과 고향의 정취는 작가 정인화에게 있어 가슴이 뛸 만큼 뇌리에 아주
강하고 소중하게 각인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 따스하고 찬란하며 어머니의 품 같은 기억들과 함께 화
면 안에서 느껴지는 행복함과 희열이 참 좋다. 정인화의 작업을 보고있자면 그림을 보고 있는 것이 아
니라 그림을 느끼고 그림 안에서 나의 모습을 찾는 듯 한 경험을 하게 된다. 마루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을
찾고 장독대를 어루만지고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고 가지런히 걸려있는 옥수수를 쓰다듬는 꽃들의 향
기에 젖어 사색을 즐기는 모습 따뜻한 봄날에 햇살을 맞으며, 시간의 향기를 먹고 있는 모습. 이런 나의
모습들을 찾게 된다. 이것이 정인화의 작품이자 세계이다. 그리고 어렴풋이 기억나는 내 고향의 모습들
을 떠오르게 하는 동시에 아련한 고향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잊혀져가는 유년의 기억과 동심을 찾게
한다. 이것이 정인화 작가 만에 힘이다.
이번 정인화의 작품들을 통해 편안한 안식처를 그리워하는 현대인에게 담백하고 나른한, 또 따사로움
과 휴식과 같은 고향의 넉넉함을 선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금의 정인화도, 화폭 속의 정인화도 같
은 시공간에 함께 하고 있는 듯 편안하고 따뜻하다.
작가 정인화의 다음 작업을 따뜻한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2024. 8
- 한 호 중 (미술학 박사 / 경민대학교 교수) 부엌곁의 봄 53.0x40.9cm Oil on canv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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