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신현철 초대전 2022. 11. 2 – 11. 17 장은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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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는 ‘연꽃이 핀 못’이라는 뜻으로, 신현철이 처음 만들고 이름을 붙였다. 신현철 이전에는 세상에 아예 없던 다
구다. 연꽃으로 연차를 할 수 있게 만든 이 다구는 1993년에 처음 선을 보였고, 이후 대중적인 차 행사가 열리는
곳이라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베스트셀러 다구가 되었다. 특히 무더운 여름철 열리는 차 행사에 제격이고, 행사
의 멋과 품위 자체를 높여주기 때문에 이제는 외국에서까지 인기를 얻고 있다.
신현철은 연지를 활용하여 많은 대중을 동시에 접대하는 다법(茶法)도 개발하여 보급했다. 차문화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1990년대 중반의 일이고, 연지를 활용한 대중적 찻자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국 전통 차문화
의 멋과 아름다움을 눈으로 직접 보여주는 실물 사례가 되었다. 이로써 한국 차문화의 부흥도 한결 빠르게 추진될
수 있었다.
<참새 다관>과 <연밥 찻상>
신현철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 대담한 창의성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그가 만든 <참새 다관>은 아이디어
자체의 참신함에 미적 아름다움과 실용성까지 더해진 경우다. “작설차(雀舌茶)를 마시다가 떠오른 아이디어를 형
상화했다”는 <참새 다관>은 1987년에 첫 작품이 나왔고, 이후 국내외에서 큰 호평을 받았으며, 중국 의흥의 ‘자사
호박물관’에 소장 전시되었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복제품이 나도는 등 작가의 입장에서 큰 아픔을 경험한 작품이
기도 했다.
<연밥 찻상> 역시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논하기 전에 그 아이디어 자체의 탁월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역시
전에는 세상에 없던 그릇이다. 1988년부터 연구해서 5년 후인 1993년에야 완성작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만큼 아
이디어를 구체화하고 각종 실험과 연구를 거쳐 완성된 지난한 노력의 산물이다. 한국 전통의 좌식문화 대신 입식
문화가 보편화되는 추세에 맞추어 개발됨으로써 역시 한국 차문화의 확산에 크게 기여한 작품이다.
파격적인 창의성과 섬세한 기술의 조화
신현철은 작은 다기 하나도 의미 없이 만들지 않는다. 창의성이 부족하다거나 기능이 떨어지는 작품은 아예 찾을
수 없다. 여기에 아름다움까지 겸비했으니 그의 다기가 전문가들로부터 더욱 큰 찬사를 받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
인다.
<연꽃 다기 세트>와 <무궁화 다기 세트>를 보면 신현철의 섬세함과 끈기가 얼마나 집요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또
실제로 이들 다기를 직접 써보면 그가 작품의 예술성에 더하여 그 기능성에 대해서도 얼마나 고심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꽃잎 하나하나를 수도하는 마음으로 붙이고, 예술성 위에 기능성까지 완벽하게 살려 놓았다. 조형미가
돋보이는 <참새 다관>은 그 색상이 실제 참새 깃털의 색상과 닮아있고, 물대 끝은 참새 부리의 미묘함까지 그대
로 표현하고 있을 정도다.
정화(淨化)와 탈속(脫俗)을 꿈꾸는 도예 ‘명장’
도예가 신현철은 도(道)를 닦는 심정으로 찻그릇을 만든다. 다기를 비롯한 도자는 흙과 불의 조화만으로 이루어지
는 것이 아니다. 그의 예술혼이 빚어낸 살아있는 결정체인 것이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는 하루도 게으름
을 피우거나 헛되이 보내지 않고 오늘도 혼신의 힘을 다한다.
신현철은 지난 2013년 9월, ‘경기도 광주 왕실도자기 명장’으로 지정되면서 그간의 노력과 공로에 대해 국가로부
터 공식 인정을 받게 되었다. 그의 작품들은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하여 의흥(중국)의 자사호박물관, 샌프
란시스코(미국)의 자연사박물관 등 세계 각국의 박물관과 미술관에 소장 전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