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몽골작가 문크진 초대전 2023. 2. 1 – 2. 11 장은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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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 Painting–281
91x73cm Oil on canvas
만 한 지평선의 세계가 불현듯 생기 넘치고 아름다운 세계로 변한다.
그런가 하면 드넓은 풀밭과 사막 또는 황무지 너머로 점점이 떠 있는 구름은 매우 서정적으로 보인다. 여기에 말
을 탄 목동이 나타나면 초원의 풍경은 한층 아름답다. 어디 그뿐인가. 맑은 공기로 인해 해가 뜨는 여명과 해가 지
는 저녁 하늘은 숨이 막힐 듯 아름답다. 산과 나무 그리고 바위조차 없는 밋밋한 지평선 위 하늘이 원색적인 빛으
로 물들면 그야말로 황홀하기 이를 데 없다.
그의 풍경은 이처럼 아름다운 몽골의 대자연에 색깔을 입히고 형태를 단순화하여 일상적인 눈에 비치는 풍경과
는 전혀 다른 환상을 연출한다. 그의 그림이 현실적이거나 초월적으로 보이는 건 인물을 포함하여 가축을 제외한
풍경에 필요한 요소를 생략하기 때문이다. 인물일 경우에도 형태는 모호하게 처리한다. 모호한 형태 감각은 좀처
럼 선을 사용하지 않는 표현기법과도 연관성이 있다. 선이 없는 표현은 평면적인가 하면 그렇지 않아 보이기도 한
다. 붓을 옆으로 뉘여 물감을 바르는 듯싶은 독특한 표현기법이 응용되고 있다.
물론 초원과 지평선이 있는 전형적인 몽골의 대자연만을 소재로 하는 작품도 적지 않다. 그렇더라도 인물이나 가
축을 소재로 하는 작품에서 배경은 생략하기 일쑤이다. 풀밭과 땅에 붙어있다시피 한 낮은 나무들은 그림의 소재
가 되기에는 너무 작기 때문인지 모른다. 인물과 가축이 전부인 몽골초원의 풍경은 왠지 쓸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그 쓸쓸한 분위기는 아득히 들려오는 목동의 가축을 부르는 소리, 달리는 말발굽 소리, 그리고 알
수 없는 곳에서 들려오는 마두금 소리에 의해 지워진다.
그의 그림은 원색을 사용하는데도 채도는 낮고 명도는 높다.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으로 보이는 건 밝고 모호한 중
간색조와 무관하지 않다. 이처럼 중간색조를 선호하는 건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데 효과적이
다. 흰색 혼합색이므로 발색이 억제되고 색조는 부드럽게 느껴진다. 그러기에 전체적으로 밝은 인상이다. 작품에
따라서는 채도가 높은 원색을 쓰기도 하는데, 여전히 형태는 선명히 드러내지 않는다. 모호하게 보이는 형태 감각
은 개별적인 형식에 대한 욕구를 반영한다. 사실적인 형태를 모호하게 만드는 조형적인 감각을 통해 개별적인 형
식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비례감각이 비현실적이다. 인물이든 가축이든 비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건 회화적인 환상을 실현하기
위해서이다. 실제와 다른 조형적인 해석이야말로 회화적인 표현영역이기에 그렇다. 형태를 부분적으로 왜곡하고
변형시키면서 자신만의 형태 및 색깔을 입힌다. 그러므로 소재의 형태미는 낯설기만 하다. 비정형의 미를 탐구하
기 때문이다. 하지만 탐미적인 시선으로 마주하면 비현실적인 조형미에 단박에 매료되고 만다. 그렇다. 그만의 형
태 감각, 즉 조형적인 왜곡 및 변화는 회화적인 공간 존재성 및 가치를 일깨워준다.
그의 그림에는 몽골의 대자연과 거기에 동화되어 사는 유목민의 삶의 정서가 녹아들어 있다. 어쩌면 형태를 모호
하게 표현하는 건 정서적인 이미지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인지 모른다. 실제로 그의 그림에서 느끼는 인
상은 현실과 다른 초월적인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렇다. 그의 그림은 꿈과 사랑과 행복 그리고 평
화와 낭만적인 정서가 넘치는 이상적인 세계관을 구현하려는 열망의 표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