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전시가이드 2024년 10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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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주홍빛 메타세콰이어(떨기 메타세콰이어) 102x75.2cm, Oil pastel, 2024


        주홍빛 메타세콰이어(일명 떨기 메타세콰이어)

          2024년 6월 21일 오후가 지난 저녁 무렵 나는 그만 얼음이 되어버렸다.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주홍빛 메타세콰이어가 내앞에 다가와 있음에 놀라웠다.
        아! 나는 그날 밤 내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너무 고운 한 그루의 주홍 메타세콰이어는 왜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었던 것일까?  다음 날 혼자 걸어가기에는 좀
        거리가 있어서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가보기로 했다. 우리는 이미 가양 성탄트리 메타세콰이어를 보기 위해서 그곳을 지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나를 설레게 했던 그 주홍빛 메타세콰이어는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그곳이 여긴데... 다만 나무의 하단은 초록으로 봄이 한
        창인 존재감있는 여린 갈색톤의 메타세콰이어 한 그루가 보인다. 우리는 한참을 찾다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저녁 무렵 주홍빛 조명으로 인한 불밝힘 때문에
        메타세콰이어가 강한 주홍으로 빛나게 보였던 것이다. 아침시간인 지금은 6월의 태양아래 주위의 메타세콰이어들과 잘 어우러진 고요한 모습이었다. 빛과 함
        께 할 때라야 비로소 찬란하게 피어날 수 있다는것과 나를 불러 주었을 때라야 비로소 꽃이 된다는 후설의 현상학적 존재의 의미를 잘 표현해준 김춘수의 ‘꽃’
        이란 시를 생각해보게 된다.
          또 그 주홍빛떨기메타는 이스라엘의 거룩한 땅 시내산의 불꽃 떨기나무와 도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유난히 더웠던 지난 여름에, 주어진 삶을 기쁨으로 살
        아가는 우리들 모두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 여긴다. 나는 그날의 감동과 마음에 새겨진 모습을 떨기 메타세콰이어라는 제목의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다. 현
        재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삶이 빛과 함께 할 때 진정 ‘나다움’이 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
          장애학을 공부하는 나는 장애학적 관점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자신의 것을 혼자 생각하고 향유하는 자리를 넘어, 현재의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 삶
        의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잠재능력을 발휘하는데 힘쓰는 나의 박사학위논문 연구참여자인 미술작가들의 자연스러운 ‘나 되기’, 그것이 주홍빛 메타세콰
        이어에 담긴 또 하나의 의미이다.



                          2024. 10. 2 – 10. 8 인사1010 갤러리 1층 (T.010-3393-8780, 인사동)


         나의 메타세콰이어_겨울에서 여름까지                            나는 따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실을 갖고 있지 않아서, 조그마한 우리 집 거실
                                                        을 그림 그리는 스튜디오로 사용한다. 올 여름 내내 정겨운 ‘나의 창작 공간’이
        제4회 이신화 개인전                                     었다. 유난히 더운 여름날 땀 흘리며 그림을 그리던 그 시간이 그리워진다. 작
                                                        업실이 우리 집 거실이어서 진짜 좋은 점은 접근성이다. 방에서 가족들이 나
                                                        오면서 내가 그리고 있는 그림과 그림을 그리는 나를 마주보게 된다.
        글 : 이신화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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