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유준호 개인전 2024. 10. 9 – 10. 15 갤러리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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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유준호의 전작들은 절제된 묵선을 통한 동질의 레이어(layer)를 혼재해주면서도 잡초와
도 같은 불 특정된 필선의 합과 적절한 여백이 야생에서 피어오른 잡목의 이미지로 수많은 시간의
흐름과 자연 속에 방치된 무질서 속의 숨겨진 서정적 감성을 표현하였다. 잡초 또는 잡목으로 전달
되는 유준호의 농묵, 중묵, 담묵을 포함한 갈필의 필선은 우리의 전통적인 수묵화에 기반 하고 있으
나 필선 하나하나에 대한 의미 부여를 하기엔 무의미함을 이야기 하였다. 작가가 추상회화의 길에
서 실험하고 고뇌하는 모습은 그가 표현하는 생명력질긴 잡초근성에서 진일보하는 필선의 자기완
성 과정이다.
왼쪽 ‘무엇이 되어. 100F. 수묵채색. 2024’에 나타나는 선묘로의 발전은 전작의 불규칙성을 다소 의
도적으로 일정한 규칙을 가지게 하고 레이어의 반복적 접합을 통하여 한국화의 정통성을 내재한 현
대적 추상을 담론화 하고 있다. 모노크롬(Monochrome)적 추상회화의 느낌 속에 절제된 색채가 살
아 숨 쉬고 있음을 찾아내면서 작가 고유의 수묵 추상회화의 생명력을 찾는 여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추상회화란 무한 공간의 연장선상에 따른 발전된 선의 표현으로 감상자로 하여금 추상회화
의 상상력을 더욱 확대 하도록 자극하여 준다. 단순화된 배경위에 각 레이스(lace)의 명암과 응집된
형상을 레이어(layer)를 겹겹이 포개면서 시간의 흐름을 통한 이야기의 다양성을 통해 작가의 내면을
형상화하는 작업으로 진화해 나갔다. 근작 역시 전작의 연장선상에서 이어지기에 어찌 보면 굳이 수
묵화라는 수식어보다 그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만을 생각하며 여타의 형(形) 또한 단순화
함으로 구상과 비구상의 요란스러움도 배제 하고자 한다.
한국화가 유준호는 선(線)으로 합(合)을 이루는 집합(set)에서 선묘(line drawing)로의 미학을 그가
천착하는 수묵과 함께 최대한 절제하고 간결한 기법으로 작가만의 독창적 창작의 세계를 완성해 나
가는 여정에 있다.
2024. 09.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