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 - 유준호 개인전 2024. 10. 9 – 10. 15 갤러리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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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유준호는 선(線)으로 합(合)을 이루는 선묘(line drawing)의 미학을 담론으로 천착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동질의 선묘로 집합을 이루고 반복되는 최대한 절제된 선의 농담(濃淡)과 필선의
이미지로 화폭의 심미감을 이룬다. 유준호의 한국화추상회화는 인위적임 없는 자연스런 필선의 반
복과 순환되는 행위의 과정으로 수십, 수백 차례의 레이어(layer)를 얹으며 점, 선으로 연장되는 선묘
(line drawing)의 극치를 보여준다. 선의 농담과 색의 중첩으로 일정한 패턴(Pattern)을 가지고 이어
진 필선은 그 안에서 나름의 에너지를 가지고 집합을 이루어 감상자들의 미적 감수성을 자극하여 준
다. 자유로운 필선의 규칙적 구성은 작가가 의도하는 레이어들의 결합으로 주변 필선들의 관계를 형
성해 주고 그러한 관계 속에 비로소 집합을 이루는 하나의 미학이 전달되기 시작한다. 한국화 추상표
현의 접근은 전통의 계승과 현대적 창작의 이반된 물성으로 항상 충돌되곤 한다. 또한 재료사용의 한
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작가들의 고심도 매우 깊을 수밖에 없다. 이미 현대 회화에서
화면의 구성과 재료의 다양성에 대한 고루한 경계는 무색해져 있다. 그러한 창작인들의 새로운 의식
구조 속에 한국화나 서양화, 수묵이나 오브제의 활용 등이 창작 과정에서 이슈화 될 필요가 없겠으나
전통을 고수하는 보수적 우리화단의 환경 속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연구하고 고집스레 이어
나가는 작가 유준호의 작업열정을 보면 한국화 추상회화의 새로움을 위하여 담론화(談論化) 하지 않
을 수 없을 것이다. 유준호작가의 미술 회화(繪畵)적 감성의 집합은 인위적인 수리적 정수를 벗어나
필선의 자유로움과 우연성을 함유(含有)하고 있다. 일반적 회화의 방식은 점, 선으로 이어지는 작가
의 필선 집합체인 면과 색에 더해지는 빛과 형상(形像)등 작가 저마다의 다양한 개성으로 표현될 수
있으나, 유준호의 선묘를 통한 한국화추상회화는 회화의 제일 기초를 이루는 “점에서 시작하여 선으
로 잇는” 최소한의 행위를 통해 동양철학의 윤회정신을 연상케 하는 화면 가득한 작가의 외침으로 메
아리친다.
입체파, 액션페인팅 등 추상회화표현 작가로 작품활동을 하였으며 창작의 말년기 선묘추상을 표현
했던 ‘빌럼 데 쿠닝’ (Willem de Kooning. 1904-1997)의 작품 [untitledⅥ. 1986’. ‘untitled from
Quatre lithographies. 1986]등 은 작가의 원초적인 행위로 돌아가 가장 순수한 선묘표현의 완성을
이룬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의 말년에 병색이 있음을 알면서도 긍정적인 평을 받는 원천은 작가가
가지고 있는 창의적인 정신이 육체적 제한을 넘어서 우선시 되는 회화세계를 근본으로 회귀하는 과
정을 심미적으로 인정하여 준 것이라 본다. 쿠닝은 아마도 말년 병환이 없더라도 선묘추상의 길로 자
연스레 들어가 그의 평생의 창작의 길을 완성 하였을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