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유준호 개인전 2024. 10. 9 – 10. 15 갤러리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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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線)과 합(合)의 선묘(line drawing)미학
한국화가 유 준 호
김재덕 (미술컬럼니스트. 아트팜갤러리관장)
시각(visual)적 이미지를 구현하는 창작활동에 있어서 건축이나 조각 등은 실제공간 속에 현실적으
로 존재하는 구체적인 대상의 표현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회화(繪畵)의 장르는 공간적 깊이가 없
는 평면의 단면시각에 존재하기 때문에 면(面), 입체(立體)등 시각적 실재감을 시각화하기 위해 화가
들은 색채(色彩)와 형태를 평면의 캔버스위에 제각각의 작업과정을 부여하는 행위를 한다. 그 작업과
정의 결과로 평면의 캔버스는 작가가 의도하는 입체적 다면화와 평면적 공간감의 시각화로 개성 있
게 표현되어 작가만의 고유한 창작세계를 완성해 나간다.
회화가 가지는 기본의 면과 색채가 없는 회화란 원칙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울 것이다. 색채란 개별
적 구별성질인 색상, 밝기의 정도인 명도, 색상의 강렬한 정도의 차이를 나타내는 채도의 3가지 속성
을 지니고 있다. 회화 표현에서 이 3가지 속성이 절대적 요인일 수 있을 것이다. 색채와 함께 2차원적
인 평면에 남겨진 작가의 어떤 흔적이 회화이므로, 평면이라는 ‘공간’ 또한 회화의 중요한 조형요소
가 된다. 굳이 재료를 사용치 않았다 하더라도 화면 자체가 지닌 고유한 색과 그 위에 행해진 작가의
의도하는 행태가 드러날 때 우리는 자연스런 회화의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회화
의 공간이란 삼차원적인 입체물 처럼 깊이가 없기에 원근법, 명암법 등을 이용해 삼차원적인 공간감
과 입체감을 부여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공간의 착시적인 환영에 불과한 것이다. 회화의 조형요소는
평면 위에 남겨진 색채의 흔적으로서의 양감, 질감 표현과 소묘의 기본이 되는 선(線)을 추가할 수 있
다. 이러한 조형요소들은 상호불가분의 관계 속에 회화를 구성하는 특징이 있다. 그 원천으로 들어가
면 면을 이루는 선(線)과 점(点)의 집합의 원시적 태동이 미술 기초이론으로 정립이 되어있다. 따라서
회화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조형요소는 색채와 형태로 시각화하기 위한 점, 선으로 이루어지는 선묘
(line drawing)가 회화의 제일 깊은 심원 속에서 자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