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김기창초대전 2024 11 18-11 20 Gallery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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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이 하나 되는 세상을 꿈꾸다

                    시와 그림은 예술이라는 장르를 떠나 서로 별개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근원은
                    하나이다.  시가  자연이나  삶에  대한  감상을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라면  그림은  자연으로부터  다양한  느낌과  색감을  읽어내고
                    자연의 일부 또는 전체를 응축하여 화폭에 구체적인 형상이나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해 낸다. 시는 자연을 노래하고 자연에서 인생을 은유한다.
                    시인의 눈으로 투영된 자연은 그 속에서 희열, 고뇌, 평안, 침묵, 영원이란
                    시제로 새로이 태어나고, 화가의 눈으로 투영된 자연은 구체적인 형상과 색채로
                    화면에  표현되거나  화가의  감성으로  추상적이고  독창적인  조형언어로
                    표현된다.
                    오랫동안 친구로 곁에서, 또 멀리서 그의 작품과 그를 보아왔다. 우리의 삶이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한곳에 머물지 못하는 것처럼 세월이 흐르면서 그의
                    작품과 삶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해 왔다. 어느 시기에는 모래를 채로 쳐서
                    화폭에 모래밭을 만든 후 그 위에 황토색을 입히고 먹물과 은은한 색채로
                    독특한 추상화를 토해냈다.
                    그의 그림은 시공을 뛰어 넘어 끝없이 순환하는 영겁의 세계를 탐색하여 흰백의
                    캔버스 위에 그만의 언어로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독특한 표현기법으로 오랜
                    시간 수도자의 모습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최근의 그림은 그만의 오묘한 색과 단순한 형상들의 이미지를 자연에서 한아름
                    끌고 와 화폭에 펼쳐 놓는다. 자연을 단순화하고 함축성 있게 표현하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고요히 쏟아낸다. 이것은 시에서 나타나는 고도의 은유와 같다.
                    한편의 시에서 위로를 받고 아픔을 치유 받듯, 자유 분방하게 펼쳐진 선과
                    색들의 향연은 지치고 힘든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희망의 길로
                    인도하는 작은 기쁨의 시간이 될 것이다.
                    김기창 화백은 ‘생명의샘 ·빛으로부터’란 커다란 명제를 그만의 감성으로
                    창조를 거듭할 작가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는 시가 그림이 되고
                    그림이 시가 되는 세상을 꿈꾸며, 밤하늘 별보기를 좋아하고 김노현곡 황혼의
                    노래를 즐겨 부르는 순수한 영혼을 소유한 화가다.

                                                                                                                          시인 의사    김  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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