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하영준 展 2023. 6. 7 – 6. 13 갤러리라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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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137x62cm  화선지에 수묵, 목탄













          소나무

          조용미



          나무가 우레를 먹었다. 우레를 먹은 나무는 암자의 산신각 앞 바위 위에 외로 서 있다. 암자는 구름 위에 있다. 우레를 먹은 그
          나무는 소나무다. 번개가 소나무를 휘감으며 내리쳤으나 나무는 부러지는 대신 번개를 삼켜버렸다. 칼자국이 지나간 검객의 얼
          굴처럼 비스듬히 소나무의 몸에 긴 흉터가 새겨졌다. 소나무는 흉터를 꽉 물고 있다. 흉터는 도망가지도 없어지지도 못한다. 흉
          터가 더 푸르다. 우레를 꿀꺽 삼켜 소화시켜버린 목울대가 툭 불거져 나와 구불구불한 저 소나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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