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하영준 展 2023. 6. 7 – 6. 13 갤러리라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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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천상병



                                                       아침 깨니
                                                 부실부실 가랑비 내린다.

                                                 자는 마누라 지갑을 뒤져
                                                    백 오십 원을 훔쳐
                                                  아침 해장으로 나간다.


                                                막걸리 한 잔 내 속을 지지면
                                                어찌 이리도 기분이 좋으냐?
                                                 가방 들고 지나는 학생들이
                                                 그렇게도 싱싱하게 보이고
                                                나의 늙음은 그저 노인 같다


                                                비 오는 아침의 이 신선감을
                                                  나는 어이 표현하리오?


                                                  그저 사는 대로 살다가
                                                   깨끗이 눈 감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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