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천상병 아침 깨니 부실부실 가랑비 내린다. 자는 마누라 지갑을 뒤져 백 오십 원을 훔쳐 아침 해장으로 나간다. 막걸리 한 잔 내 속을 지지면 어찌 이리도 기분이 좋으냐? 가방 들고 지나는 학생들이 그렇게도 싱싱하게 보이고 나의 늙음은 그저 노인 같다 비 오는 아침의 이 신선감을 나는 어이 표현하리오? 그저 사는 대로 살다가 깨끗이 눈 감으리오.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