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전시가이드 2024년 09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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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Malcah Zeldis, Peaceable Kingdom, 61.0 x 50.8cm, oil on canvas, 1999 ⓒADAGP (우)한상수, 어머니의 기도, 90.9 x 72.7cm, Acrylic oriental painting, mixed media, 2024










            하게 번식시키며 하찮은 우리에게 아침마다 솟아오르는 기운과 엄청난 파워         벌 인지도를 확장해 나가던 화가에게 절대적인 ‘필요충분조건’이 되어버린 프
            를 느끼게 해준다. 이와 반면에, 그 주변을 장엄하게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일      로 경력을 쌓기 위해서, 마침내 23년간 머물렀던 이스라엘에서 벗어나 자신
            몰은, 한없이 상기되었던 우리 자신에게 휴식과 평안이라는 안식처를 제공해        의 고향이었던 뉴욕 주 브롱크스로 영구 귀국한다. 어느덧 그녀의 인생은 돌
            준다. 또한 중천에서 철부지 아이 마냥 들떠 있던 모든 사물을 감싸 안으며 ‘사    고 돌아, 자식들은 장성했고 남편과는 이혼하게 된다. 이 무렵에 그녀는 미술
            색의 시간’ 속으로 가라앉혀 준다. 그리고 ‘일출’을 통해 방출된 에너지를 하루    공부를 재개하면서 자신의 작품 스타일을 혹독하게 비평하던 스승을 만난다.
            종일 방만하게 운영했던 모든 생명체는, ‘일몰’을 통하여 휴식을 배우게 되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도 까칠했던 스승 덕분에 그녀의 작품을 구매
            만 스스로   침잠하지 않기 위해 ‘충전하는 시간’을 심화 학습한다. 한상수 작가   하게 되는 딜러를 소개받는다. 바로 이시기에, 그동안 역경과 굴곡이 거듭되
            에게 있어서 그 ‘무념무상’의 순간만은 저절로 찬양하며 기도하게 하는 마력       던 밀카 젤디스에게 화려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오면서 비로소 자신이 진정
            을 발견하는 시간이다. 자, 필자는 여기서 한상수 작가와 마찬가지로 절대적       한 작가였음을 믿게 된다.
            인 자연 존재에 대한 순진무구한 피조물의 경외심을 토속적인 화풍으로 표현
            하는데 진력한 미국의 여성화가 말카 젤디스 (Malcah Zeldis)를 떠올려본다.   결론적으로, 〔AIAM국제앙드레말로협회〕 회원 작가들 가운데서도 한상수 작
            말카 젤디스는 뉴욕 주 브롱크스에서 가난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러       가는 별다른 특징 없이 전통적 <민화> 작업에 주력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
            나 종교적인 차별을 피해서 이주한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자연 속에 자리잡        러나 〔AIAM 갤러리〕의 프로젝트를 통해 필자와 조우한 이후 급격히 화풍이 변
            은 유대인 집촌지역에서 중류층으로 도약함으로써 행복한 유년기를 보낸다.         화하면서 동·서양화 장르의 경계를 거침없이 넘나든다. 한상수 작가의 ‘미학
            ≪디트로이트 미술단과대학≫ 진학 후에,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의 ‘플란더스        적 정체성’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그야말로 자유로운
            구상계열’ 화풍으로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말카 젤디스는, 항상 자신      영혼의 소유자가 아닐지 싶다. 그녀의 화폭을 직관적으로 마주하면서 감지하
            이 ‘유태 민족’의 피를 상속받은 미국인임을 자각했다. 그러다가18세에 불과      는 느낌은, 스승으로부터 전수받은 형식적인 요소들의 나열에 불과하던 <한
            한 나이에 워낙 ‘정체성의 뿌리’ 찾기를 갈구했던 나머지 1949년 아예 이스라    국적 아카데미즘>에 대한 필자의 욕구불만을 깔끔하게 해소시켜 준다는 점이
            엘로 거주지를 옮긴다.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농업 공동체인 ≪키부츠≫      다. 참고로 한상수 작가의 최근작『어머니의 기도』는, 새벽잠 설쳐가며 ‘정안수’
            에서 고되게 일하면서 열렬한 <시온주의자>를 자처하지만, 그곳에서 그녀 일       한 그릇을 장독대에 올려 놓고 딸의 안녕을 기원하는 장면으로써 비록 어머니
            생의 반려자가 된 미래의 남편 히람 젤디스를 만나 사랑에 빠져버린다. 신념       의 존재는 보이지 않음에도 분위기가 전혀 공허하지 않다. 왜냐하면 막상 장
            을 지키기 위해서 이스라엘에 남느냐 아니면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        독대로 시선의 초점을 모아 보면, 마치 ‘파도’처럼 너울거리는 장독대의 곡선
            고 미국으로 돌아갈 것인지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서있던 연인은 결국에는 가       미에서 광대한 바다 물결과도 같이 드넓고 무한한 어머니의 사랑이 고스란히 ‘
            족의 축복속에 결혼식만 올리기 위해서 잠시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은유 기법(metaphor)’으로 표출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밀카 젤디스의 말년 대
            물론, 워낙 종교적 신앙심이 투철했던 부부는 친척과 친구들의 간곡한 만류에       표작『Peaceable Kingdom』에서는 화폭을 꽉 채우며 등장하는 인물들과 동물
            도 불구하고 초심을 잃지 않는다. 말카 젤디스는 자신의 확고한 신념과 청춘       들로 북적거린다. 그 친밀감은 어느 특정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
            을 갈고 닦았던 ≪키부츠≫ 로 돌아오자마자 화가의 길을 병행한다. 이 시기       로를 향해 교차하는 ‘범 인류애적 사랑’에 가깝다. 궁극적으로 한상수 작가 역
            에 아직까지 그림 작업을 재개하는데 확신이 없었던 그녀는, 아론 질라디라는       시 밀카 젤디스와 마찬가지로〔ADAGP 글로벌 저작권자〕로 등재된 이상, 밀카
            저명 화가의 방문에 이은 독려에 힘입어 큰 용기를 얻는다. 이때의 심정을 밀      젤디스와 그녀의 딸이 협업해서 「동화 책」을 완성시키듯이, 아무쪼록 우리 고
            카 젤디스는 “엄청 존경했던 그분이 미흡하기 그지없던 나에게 위대한 화가가       유의 정서를 세계인과 교감시키는 독창적인 붓놀림을 통한 ‘새로운 정신’으로
            될 것이라 칭찬하자 나는 너무 흥분해서 목청이 나갈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무장한다면 한국미술의 격이 한층 더 높아지리라 기대해 본다.
            이후 부부 사이에 아이들이 태어나고 점점 화가로서의 삶에 익숙해진다. 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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