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전시가이드 2024년 09월 이북
P. 28
김재덕 컬럼
라오스-방비엥. 117cm × 91cm. 수묵한지 캠퍼스. 2024 제주-금오름. 52.7cm x42.5cm. 수묵한지 캠퍼스. 2024
복제(simulacre)된 形像의 言語
적이거나 인문학적 서설이 아니라 단순히 형상의 단어를 나열하고 표상할 뿐
수묵화가 박 창 열 이다. 궁극에는 미니멀리즘과도 통하고 낙서 같은 초현실적 상상과도 같아지
고 싶다. 소나무, 돌, 들풀 등 야생의 만남을 '형상의 언어'로 기억하고 표현하
는 것이다, 우리는 그린다는 평면의 무한성을 넘보지 못한다. 평면에서 소통
의 부재는 형상의 언어를 찾지 못했거나 헤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계에
글 : 김재덕(갤러리 아트팜 관장 칼럼니스트)
서 찾아 헤메는 것은 관계 맺기의 첫걸음이고 생존을 위한 다양한 모색이다.”
-2024 서경갤러리 박창열개인전 작가노트중-
수묵화가 박창열은 정통수묵을 현대에 이어오는 평생의 화업으로 현대진경 박창열의 근작에서 보이는 현대수묵은 대상을 표현하여 나타나는 복제된 형
산수의 회화표현을 담론화하는 수묵화가이다. 작가는 현대회화표현에 있어 상의 언어를 정통수묵의 기법으로 나타내며 회화가 가지는 시각적 감상의 의
서 기법, 채료의 다양성에 유행의 흐름이나 장식적 작업의 편의성에 타협하 미 이상의 인문적 가치를 추구하는점 이다. 시각적 이미지는 단지 표현의 원
지 않고 묵(墨)이 가지는 진중함에 매료되어 흑백의 수묵화를 다양한 먹빛으 천에 대상의 복제된 이미지의 순수함을 바라볼 수 밖에 없으나 작가는 현대
로 찾아가는 작업을 하고있다. 작가는 정통성이 살아있는 일상의 수묵화를 천 산수화의 감상 요인을 시각외의 심성적 가치로 미적감수성을 호소하여 주는
착함에있어 채료의 물성이나 운필의 기준을 크게 이반하지 않는 대신 화가의 이상을 전하고자한다. 여기에 감상자들의 심미감을 자극하여 줄 수 있는 미학
시정(詩情) 등을 자연에 의탁하여 사유하며 나타나는 결과물인 작가만의 시 적 메시지는 작가가 창조해낸 복제된 풍경산수의 이면에 숨겨있는 제2의 복
뮬라르크(simulacre)를 통한 현대적 해석의 가능성에 의미를 두고자 한다. 묵 제된 형상을 찾고 그에 따르는 언어로 상호 소통하며 미적 공감을 형성하는데
을 통한 재생된 이미지를 작가는 그리는 사의화(寫意畵)로 자연과 인간의 ‘물 그 가치를 두고 있다 하겠다.
화’를 통하여 ‘의경(意境)’이라는 초월적이고 자유로운 경계를 표현하는 여정
에 함의(含意)를 가진다. ‘경주-불국사 소나무(73x91. 2024)’에서 나타나듯 실경산수에서 중시했던 여
백의 미와 평면적 구도의 정통수묵화와는 다른 과감한 회화적 구도를 마주하
수묵화가 박창열의 전작들에선 다양한 준법들의 접근을 통한 정통수묵의 현 게 된다. 회화적 과감한 구도에 이어서 묵의 농담을 통한 원경의 처리는 강한
대진경산수 속에 일상의 풍경을 빌리는 생명 근원과 존재에 의미를 부여한 차 필선으로 표현되어있는 소나무의 강렬한 기개의 형상을 묵묵히 받쳐주고 있
경(借景)의 행위를 통해 그림은 잠시 경치를 빌리듯 마음에 담아두고 가는 화 다. 시뮬라르크한 소나무의 이미지는 심원에서 나오는 자아(自我)의 발견으
엄의 여정으로 흑백의 수묵화를 먹빛으로 찾아가는 작업을 보여주었다. 박창 로 이끌어 준다. 소나무를 통한 생명의 근원에 대한 논거는 정통성에 근원한
열의 독창적 준법은 현대의 감각적인 산수화의 진보된 세련미를 갖추는데 산 현대산수화의 방향에 대한 새로운 자아의 발견에 대한 담론으로 제시한다. 표
수화의 가장 기본적인 기법의 일부분으로 산의 형세(形勢)가 결정되고 작가 현에 있어서 작가는 자신의 운필과 담묵(淡墨), 중묵(中墨), 농묵(濃墨)의 미묘
의 개성이 돋보이게 드러나는 중요한 요체(要諦)로 감상자들의 공감을 이끌 한 먹의 농담 변화로 수묵을 통한 몽환적인 색감을 감상토록 해 준다. 회화에
어 주었다. 박창열의 이러한 개성 있는 운필은 모든 대상(對象)의 정신 및 외형 서 물감을 섞어 색의 명암, 색상을 조절하여 표현되듯 작가는 먹의 농담을 통
을 통하여 산수화의 골기(骨氣)를 뽑아내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박 하여 묵의 흑백에 대한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라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대
창열의 산수화는 산의 구조를 현대적 감성으로 파악하여 그만의 독창적 준법 상, 정통산수의 가치표현을 이룬다. 더하여 형상에 대한 단순 가치의 재현이
에서 나오는 필선으로 표현되는 생명이 있는 자연풍경의 표현인 것이다. 박창 아닌 제2, 제3의 시뮬라르크 세계를 구현하기 위한 수묵의 즉흥적이고 우연적
열작가의 개성 있는 그만의 준(皴)의 운필은 화가가 가슴에 담고 전국을 유랑 인 측면도 과감히 차용한다.
하며 화폭에 옮긴 우리나라 지방의 산세(山勢)를 현대적 감성으로 표현해내
는 주요한 영향으로 작용하였다 할 것이다. ‘제주-금오름(52.7x42.5. 2024)’과 ‘라오스-방비엥( 117cm × 91cm. 2024)’ 에
서 작가는 원근의 가치를 추구함이 아니라 묵의 농담과 운필의 묘를 이루는
“수묵화는 물먹으로 그린 그림으로 단순성과 상징성을 갖게 된다. 나는 서사 갈필과 중, 담묵의 조화로 오랫동안 이어온 수묵의 정통과 새로이 해석되는
2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