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2023 원주아트페어 특별전 2023. 10. 23 – 10. 29 남산골문화센터 미담관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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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과 ‘아트페어’, 그리고 지역미술
글 : 이재언(미술평론가)
얼마 전 우리나라 대표적인 아트페어 키아프(KIAF), 바젤과 함께 국제 아트페어를 양분하고 있는 프리즈(Freize)가 연합
한 서울 <키아프리즈>가 코엑스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나흘동안 입장객 8만을 헤아렸다. 말이 그렇지 하루 2만명
이 움직이는 행사라면 대성황이라 말할 수 있다. 게다가 전체 매출에 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 없지만, 쿠사마 야요이 등
의 유명작가 고가작품들이 첫날부터 팔려나갔다는 소식을 감안하면, 수백억에 이를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바젤, 프리즈,
피악(FIAC), 쾰른 등의 아트페어가 열릴 때마다, 우리는 관람하기 위해 대규모 여행단을 꾸려 단체로 출국하는 것을 엘리
트 계층들의 호사로 여기곤 했는데, 그게 불과 몇 년 전의 일이었다. 속된 말로 잘 나가는 외국작가들의 작품을 이제 마
트에서 구입하듯 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우리의 미술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구미 지역의 명문
갤러리나 유명작가들도 매력적인 시장으로 여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20세기 이래 현대미술을 견인하고 있는 두 축(軸)은 ‘비엔날레’와 ‘아트페어’라 할 수 있다. 현대미술 특유의 배타적 취미
와 대중에 대한 낯가림에도 불구하고, 비엔날레와 아트페어가 있어 엄청난 대중 동원능력과 흥행력을 발휘하고 있다. 다
양한 양식과 장르의 작품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가 축제가 되는 것이다. 전자는 비교적 비상업적 성격을 띠는 데
반해, 후자는 고도화된 자본과 마케팅으로 무장된 그야말로 첨단의 ‘장터’이다. 20세기 전반은 비엔날레, 후반은 아트페
어의 시대라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역사적으로 보면 19세기 산업혁명에 성공한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열강들이 자국의 발전된 산업과 문화를 과시하기 위
해 ‘만국박람회’(International Expositions)를 개최하기 시작한 것이 주요 배경이 된다. 그로부터 파생된 것들이라 할 수
있다. 런던박람회나 파리박람회 등에서 많은 미술작품들이 주요 컨텐츠로 선보이고 호응을 얻게 되면서, 눈썰미 있는
사람들은 많은 영감을 얻게 된다. 특히 관광에 문화의 옷을 입혀 지역의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1895년 등장, 비엔날레는 마치 올림픽 시스템처럼 국가 간 경쟁을 부추기는 거대한 게임의 방식으로 발전하게 된다. 특
히 시대정신의 예언자적 역할을 천명한 비엔날레가 쏟아낸 테제와 담론들은 시각문화 트렌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
어 미디어와 대중들의 관심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20세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자본과 손잡은 현대미술은 시장의 새로운 프레임을 창출하게 된다. 대부분 개별 갤러리들
의 안목과 마케팅 능력에 의해 작가들을 스타덤에 올리곤 했던 영세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거대 자본의 기획력
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젤, 런던, 파리, 쾰른, 뉴욕 같이 금융이나 산업이 발달한 도시들을 배경으로 비엔날레에 필적할
거대 규모의 장터를 만들어 갤러리들의 박람회를 여는 것이었다. 비엔날레와 아트페어는 서로 성격을 달리하고 있으면
서도, 알게 모르게 연동돼 있다. 비엔날레의 스타가 곧 시장의 스타가 되기도 하고, 시장에서 스타덤에 오른 작가가 역시
비엔날레에서도 각광을 받는 상호작용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장터를 연 주최측은 엄청난 참가비와 입장 수익을 가져가고, 참가한 갤러리들은 영세한 고정 고객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
계의 고객층들에게 자기들이 보유하고 았는 참신한 혹은 매혹적인 작가군의 쇼케이스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에 도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