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전시가이드 2024년 01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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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경복궁 함녕전 현판




        단청의 칠보문과                                        이렇듯 시대별, 건물별로도 서로 달라서 현판의 부재 명칭은 표준화가 되지

        벤츠 엠블렘(emblem)                                  않았다.

                                                        또한  현판의  형식은  일반적으로  4가지  정도로  구분한다.  테두리가  있는
                                                        유변형과  테두리가  없는  무변형으로  크게  나눌  수  있으며,  테두리가  있는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사) 한국시각문화예술협회 부회장)
                                                        것은 사변형(斜邊型)과 모판형으로 나누고 테두리가 없는 것은 궁양형(宮樣
                                                        型)과 판형(板型)으로 나눈다. 현판에서 가장 핵심적인 단청은 테두리가 있는
                                                        경우는 테두리에 하는데, 테두리가 없는 경우는 일정한 넓이의 가장자리에
        칠보문(七寶紋)은  다복,  다수,  다남  등  도교적  이념이  담긴  삼다사상과   여러  가지  문양으로  장식하게  된다.  테두리가  있는  경우  대체로  칠보문을
        길상여의(吉祥如意),  자손길경(子孫吉慶),  장명부귀(長命富貴)  등의  의미를   화려하게 그려 넣으며, 모서리 네 군데에는 박쥐문양으로 장식을 한다.
        지니고  있는  길상문양이다.  칠보문은  흔히  고궁이나  사찰의  전각에  걸린   칠보문이란 전보(錢寶), 서각보(犀角寶), 방승보(方勝寶), 화보(畫寶) 및 서보(
        현판이나 닫집 등의 단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문양으로 우리의 선조들이         書寶), 애엽보(艾葉寶), 경보(鏡寶), 특경보(特磬寶) 등으로 길상(吉祥)의 뜻이
        예로부터 사용하여 왔다.                                   담긴 7가지 종류의 문양을 말한다.
                                                        그리고 칠보문과 칠보문 사이의 빈 공간에는 연꽃이 피기 전 봉오리를 표현한
        현판은 건물의 처마와 벽에 걸어 마치 간판의 역할을 하는 것인데 글자를         오색의 둥근 원 문양들로 채워 넣는다. 이 둥근 원 문양들은 연꽃 봉오리를
        새기는  바탕인  나무판과  테두리로  구성된다.  테두리는  현판이  뒤틀리는    위에서 내려다본 형태인 평면도를 형상화한 것이다.
        것을 막아주는 기능과 화려한 문양과 색채로 단청을 하여 미적으로 아름답고        그런데 이런 문양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상징주의
        장식적인 기능을 한다. 일반적으로 테두리의 바탕에 뇌록이나 석간주 등을         작품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장식적인 표현들과 매우 유사한 점이 있다. 클림트는
        가칠단청을 하고 칠보문을 그려 넣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현판에 대하여 좀       아르 누보의 영향에다 비잔틴 미술과 이집트 미술의 요소를 접목하여 1907
        더 알기 위해서 먼저 부재의 명칭을 알아보자. 부재의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년 《키스(Kiss)》라는 작품을 그리면서 황금빛 바탕에 기하학적 패턴이 들어간
        대체로  바탕을  복판(腹板)이라  하고,  주위에  덧대는  테두리를  상하좌우로   독창적인  양식으로  발전시켰다.  이  시기의  그의  작품은  에로틱한  요소를
        나누어 상하의 가로 테두리는 변아(邊兒), 좌우의 세로 테두리는 막지(莫只)      접목하여 매우 화려하고 환상적이며 강렬한 상징주의의 특징이 잘 드러나
        라고 한다.                                          있다.  신화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화면에  대상을  평면적으로
        그런데  수리보고서  등의  기록에서는  숭례문의  경우에  복판을  바닥판재,    묘사하면서  금박을  붙여  화려하며  장식적인  그림을  많이  그렸다.  이러한
        변아는 테두리목, 테두리목의 좌우 돌출된 염우판은 가로선대, 하단의 돌출        양식으로  그린  그의  대표작으로  《키스》,《아델레  블로흐  바우어  부인》,  《
        끝장식은 세로선대라고 하였다. 근정전의 경우에는 복판을 알판이라 하고,         유디트 Ⅱ》등이 있다.
        상하좌우  테두리는  테두리목이나  겹테두리장식,  위쪽  좌우의  돌출부는
        봉이라 하였다.                                        클림트가  추구했던  상징주의(symbolism)는  1880년대를  전후하여  20세기
        이밖에  한국국학연구원이  펴낸  '한국의  편액'이란  책에서도  약간  다르게   초까지  유럽  일대를  풍미한  사조로서  회화에서  상징주의라는  말은  1891
        설명한다.  바닥판과  테두리목,  돌출된  테두리목에  조각  장식을  한  부분은   년  미술평론가인  알베르  오리에(Gabriel  Albert  Aurier,  1865~92)가  맨
        염우판이라 하였다.                                      처음으로 썼다. 상징주의 작가들은 비가시적인 세계인 신화와 전설, 불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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