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2024 제20회 영등포미술협회정기전 2024. 8. 27 – 9. 1 영등포아틓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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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 론  Congratulatory Remarks




















                 지금, 여기에서
                 - 영등포미술협회전 20주년을 기념하며 -







                 영등포는 서울의 서남권에 위치하며, 도로, 철도 등에 의해 도심과 연결되는 지리적 요충지이자, 편리한 교통을 기반으로 공
                 장지대를 형성하였다. 1961년부터 시작된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으로 인해 청계천 일대가 재개발되고, 청계전에서 영등
                 포로 이전해 온 금속 관련 제조 공장들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그러면서 영등포가 공업지역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1990
                 년대 이후 IMF와 수도권 공장 이전 정책으로, 시화 공단과 반월 공단 등 경기도 외곽 지역에 대규모 공단이 조성되면서, 빈
                 자리인 영등포로 이주하는 예술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들의 작업실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이곳, 영등포에 모여 작업하는 예술가들은 영등포미술협회라는 한국미협 산하 단체를 결성하여 자신들의 예술혼을 불태운
                 다. 영등포미술협회의 구성원은 고문, 자문위원, 회장, 부회장, 감사, 사무국장, 재무, 분과위원장 그리고 정회원과 준회원으
                 로 구성된다. 이들은 매년 정기전, 봄꽃 축제 야외초대전, 목련전, 아트페스타 등의 전시회를 갖는다. 그리고 장르는 한국화
                 부터 서양화, 수채화, 공예, 문인화, 민화, 서예 등 모든 장르를 포괄한다. 이들은 모두 동시대의 풍경을 화폭에 담아 동시대
                 의 사조를 형성한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자유롭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그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교조주의같이, 획일적인 하나의 화풍을 일방적으로 강요받지 않으며, 자신만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가지각색의 화풍
                 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다. 이 자유로움은 철학에서도 발견되는데, 왜냐하면 철학은 자유로운 생각들이기 때문이다. 그중
                 “지금 여기에서”라는 모토를 갖고 있는 실존주의는 우리 예술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철학이다. 실존주의의 중심 개념인
                 실존이란 어원상으로 볼 때, “Ex-sistere”, 즉 “밖에(Ex)”와 “나타나다(Sistre)”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으며, 실존주의는 자
                 신의 존재를 공간상으로 나타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시간과 장소의 동시대성을 강조한다.

                 실존주의 철학자인 하이데거(M. Heideger)는 그의 저서 『존재와 시간』을 통해 “지금, 여기에서”의 개념을 보다 자세히 밝
                 히고 있다. 하이데거는 인간의 독특한 인격적 존재를 세계 - 나 - 존재라고 표현함으로써 현존재가 사물처럼 사물들 사이에
                 있지 않고, 보이는 모든 세계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기존의 기계적 인과성인 과거, 현재, 미래의 순으로 이어지
                 는 직선적 관점에 반대하며, “지금 여기에서”를 중심으로 인식하는 불확정성의 원리와 나선형의 인과론을 주장한다. 우리
                 영등포미술협회 회원들 역시 세계 - 나 - 존재로서의 존재성을 화폭에 담아 펼치며 “지금 여기에서”라는 실존주의 회화를
                 선보인다.

                 한편 지금 이곳, 영등포는 탈산업화 이후 과거와 다른 새로운 양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즉 도시의 개발과 파괴로 인해 피할
                 수 없는 부산물들을 낳고 이로 인해 폐허가 된 도시를 다시 수복하여 공원 등을 조성하는 친환경 정책들을 제안하며, 새로운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즉 과거 생산과 소비, 개발과 파괴로 인해 버려진 폐허를 수복하자는 것이다. 이는 기계와 자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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