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샘가 2023년 3-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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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겨우내
낙엽들의 공동묘지에
바람의 슬픈 노래만 들리더니
봄 이불 헤치고
어둠 속에서
어둠을 삼키고
수선화는
물이 없는 곳에서도
동토를 뚫고 손을 내밉니다.
긴 겨울
눈 속에서
보이지 않았는데
일찍
지난봄 시들어 죽음의 냄새를
서운한 마음에 기쁨을 붓고 덮는 생명의 향기로
봄꽃을 깨우며
수선화는
부활 없는 낙엽들의 시체가 뒹구는 빛이 없는
화단 한복판에서 땅속 세상에
부활의 첫 꽃으로 피었습니다. 없었던 예쁜 꽃잎 드러내고
부활의 첫 열매가 되어
몸으로 죽음이 끝이 아니라고
봄으로 다시 산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김필곤 목사
(열린교회담임, 기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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