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이군우 초대전 2023. 3. 13 – 3. 25 아트갤러리라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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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梅花)의 높고 옛스런 멋
그 속에 내재된 참신한 창의력의 새로운 가치 설정
- 선 학 균 (가톨릭 관동대 명예교수)
한국화가 이군우 작가가 전심치지(專心致支)하여 천착(穿鑿)시킨 진채화(眞彩畵)는 조선시대 숙종(肅宗) 이전에 중국에서 유입
하여 수 백 년 동안 면면히 그 맥(脈)을 이어온 전통회화이다.
근래에는 한국회화에서 한 시대를 풍미하면서 대세(大勢)를 이루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으로 또한 고무적인 일이 아
닐 수 없다. 따라서 그가 수묵화 진채를 사용한 것은 사실적인 화풍은 객관적이며, 아카데믹(acadamid)한 정통파 채색 계열로서
매우 귀족적이며 화려한 미감(美感)을 자아낸다. 한국화에서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자연에 빗대어 상징적으로 표현하려는 것은
사군자를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므로 한국회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상징성과 자연관(自然觀)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그의 화면에서 주류를 이루는 모티브(motive)인 매화 그림에서는 태극(太極), 음양(陰陽), 오행(五行)등의 이치를 본떠서 하나의
이론을 정립한 것이 바로 취상설(取象設)이다. 매화에는 우주의 모든 상(象)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테면 팔결(八結), 구변(九
變:꽃이 나오는 경위一陽), 십종(十種:나무가 나오는 순서 一陰)의 그림이 있다고 하는 설(設)을 뜻한다. 아마도 그가 이 취향설
을 취사선택(取捨選擇)한 것은 바로 우주와 자연의 이치를 터득하기 위해 매화 그림에서 심오한 자연주의 철리(哲理)를 발견 할
수 있다는 것은 그의 참신한 사고(思考)영역의 확장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그의 이번 작품전이 많은 감상자에게 여러 면으로 매
력을 주는 것은 그 만이 지닌 「기발한 아이디어(idea)의 발상과 독자적인 창의력의 가치설정」으로 요약된다. 그의 조형 세계에서
보이는 화면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리되어진다.
첫 번째로 그는 고풍스런 창문 앞에 만개(滿開)된 매화꽃과 조선시대 대표적인 공예품인 분청사기는 안개가 뭉쳐, 아지랑이가
펼쳐지는 화면에서 보이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봄의 전령인 매화의 향연(饗宴)」을 연상케 한다. 매화꽃이 여러 형태의 변신(變
身)을 통해 피어나는 형상(形象)은 작가의 마음속에 담겨진 내면세계와 조화(造化)를 이룬다. 따라서 매화의 작은 가지와 일지매
(一枝梅)를 클로즈업(close up)시켜 전개시킨 커다란 꽃잎의 형태는 차별화된 신비스런 묘미를 자아낸다. 또한 이군우 작품의 화
두(話頭)는 매화가지의 자유분방한 형태와 만발한 꽃은 이른 봄 눈 속에서도 「대지(大地)위에 춤을 추는 군무(群舞)처럼 화면 분
위기를 연출되고 있는 것이 독창적으로 보여 진다.
두 번째로 그의 필묵법(筆墨法)은 구륵법(鉤勒法)를 적용하여 분위기에 따라 바탕색을 칠하여 여백(餘白)이 없는 것이 특징이며,
화면 전체 분위기는 긴장감과 이완감을 점철시켜 보는 이의 눈을 유혹시키고 있다. 꽃이 지닌 희노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을 겉
으로 나타내지 않는 식물을 통틀어 옛 선인들은 군자(君子)라고 일컬어 왔음을 주지의 사실이다. 사군자 중 특히 매화는 마음의
성정(性情)을 조절하고 인간의 기질을 변화 시킬 수 있는 인격 수양의 기능을 지니고 있는 소재라고 여겨진다. 그가 매화를 테마
(thema)로 한 것은 「정통 채색화 특유의 진가」을 보여줌을 물론 그의 독자적인 화면의 조형미를 더욱 극명(克明)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한국인의 정서와 얼이 내재된 둥근달, 장독대, 대금, 분청사기 등을 매치(match)시켜 만개한 매화꽃의 리듬이 있는 화면
은 그의 「꿋꿋한 지조와 차분한 인내 속에 즐거움」속에서 비롯되어진 것으로 사료된다.
먼 훗날 그의 예술세계가 후대 미술사가(美術史家)에 의해서 한국 미술사의 새로운 한 페이지로 장식되기를 마음속 깊이 기대하
며, 또한 기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