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전시가이드 2024년 9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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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 그 순간1, 116.7×90.9cm, Mixed on canvas, 2023 그 곳, 그 순간5, 116.7×90.9cm, mixed on canvas, 2024
‘그 곳, 그 순간’ 시리즈는 자세히 보면 무수히 반복되어 겹쳐지는
선들의 색깔과 길이, 위치, 두께 등을 달리함으로써 변화와 움직임을 표현함과 동시에
선들끼리의 경계를 두지 않으려 애쓴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방법을 사용하였다. 그 선들은 단순한 선들의 집합이 아니다. 그 선들은 바람 작가는 정형화된 틀을 거부한다. 작가의 작품 어느 것에도 고정된 틀을 발견
이 부는 언덕이며, 황량한 벌판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따스함을 품은 풀밭 할 수 없다. 자유롭고 변화무쌍하며 다채롭고 율동적이다. 작가의 ‘그 곳, 그
이며, 푸른 바다, 푸른 초원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함께 울고 웃던 그때, 그 순 순간’ 시리즈의 작품세계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정 중 동’이라 말할 수 있겠
간의 소중한 장면이 되기도 한다. 그러기에 이 그림의 해석은 관람하는 자의 다. 언뜻 보면 단색화를 연상시키는 ‘그 곳, 그 순간’ 시리즈는 자세히 보면 무
몫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히 반복되어 겹쳐지는 선들의 색깔과 길이, 위치, 두께 등을 달리함으로써
변화와 움직임을 표현함과 동시에 선들끼리의 경계를 두지 않으려 애쓴 흔적
작가는 ‘그 곳, 그 순간’시리즈에서 불규칙한 선들의 겹침과 미세한 색들의 조 을 찾을 수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작가의 작품에서 경계를 품는 너그러움과
합, 그 사이사이 옹이처럼 박혀있는 거친 흔적들을 통해 누구나 가슴속에 품 편안함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작가에게 이 작품의 제작과
고 있는 아릿하면서도 가슴 저린, 그러나 그립고도 소중한 기억을 표현하고 정은 인고의 시간이기도 하다. 캔버스 전체를 선으로만 채운다는 사실 자체가
자 하였다. 일단 많은 시간과 노동을 요구한다. 이 선들은 수천 번, 수만 번의 겹쳐짐을 통
해 자연스러움과 율동미, ‘경계 없음’의 성격을 지니게 된다. 그러기에 작가는
시간은 어떻게 규정되는가? 아니, 순간이란 어떻게 표현되어질 수 있을까? 무릎과 발목, 손목, 손가락의 통증을 달고 산다. 작가는 말한다. ‘업’이라는 생
어느 한 순간도 정지되어 있지 않은 것이 시간의 속성이기에 어쩌면 한 순간 각을 갖게 된다고. 아프고 힘들어도 그림을 그릴 때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을 표현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는 자신을 느낄 수 있기에 결코 그림 앞에 서는 것을 멈출 수 없다고. 그리고
는 무수한 선들의 축적과 율동성을 통해 순간이라는 시간의 한 장면을 포착 작가는 희망한다. 이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소중하고 따스한
해 내고자 하였다. 불규칙하고 자유로운 선들의 축적과 ton-0n-ton의 미세한 순간들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지금을 살아가는 에너지를 얻고 척박하고 답답
색들의 조합을 통해 한순간도 멈추어있지 않는 시간의 흐름을 표현함과 동시 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기를...
에 함께 떠올려지는 장면과 장소까지 표현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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