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최동화 초대전 5. 1 – 5. 27 갤러리쌈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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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어릴 적, 가난한 우리 집에는 오래된 재봉틀이 있었다.
        엄마는 그 재봉틀로 버려진 천을 조각조각 이어 붙였다. 그것은 우리 6남매의 알록달록한 옷이 되고,
        가방이 되고, 이불이 되었다. 나는 그것이 너무 싫었다. 나도 친구들처럼 새것이 갖고 싶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벌써 여러 해가 흘렀다.
        옷장 정리를 하다가 장롱 깊숙이에서 이불 하나를 찾았다. 오래된 삼베이불이다.
        엄마가 그 이불을 머리에 이고 왔던 날이 떠올랐다.
        매미소리가 아파트 창문을 뚫고 와르르르 머리위로 쏟아지던 어느 여름날이었다.
        폭염으로 밤에 잠을 자기 어려웠던 엄마는, 시집간 딸을 위해 삼베이불을 만들어 왔던 것이다.

        짜증이 났었다. 이제 막 이사 온 새 아파트에 조각조각 이은 삼베이불이라니...
        나는 엄마 몰래 창고에 처박아 버렸다.

        오늘 나는 삼베이불을 펼쳐본다. 박꽃같이 하얗던 이불색이 세월을 지내며 빛이 바랬다. 빰을 타고 내리던 내 눈물
        이 누렇게 변한 이불위에 번진다. 꽃잎처럼 떨어지더니 폭우가 된다.

        당신은 폭염에 밤잠을 설쳐도 막내딸이 더워서 잠 못잘까봐, 어두운 눈으로 조각조각을 이어 바느질은 했을 엄마의
        마음을 50이 넘은 이제야 알게 된다. 참 한심하고 한심하다.

        고맙다고..할껄.. 엄마 잘덮을께.. 한 마디만 할껄..
        후회는 늘 너무 늦게 온다.
        나는 지금 엄마의 삼베 이불위에 그림을 그린다. 조각조각 색을 이어 붙여 어릴 적 엄마가 우리 6남매에게 들려주
        었던 이야기를 그린다.
        내 이야기가 너무 늦지 않게, 우리 엄마의 마음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덮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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