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권숙자 개인전 2025. 10. 1 – 11. 15 권숙자안젤리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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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배 타고 엄마 찾아 삼만리



                                                        바람이 찬 새벽
                                                    야근 하고 계단 내려올 때
                                                       애기 고양이 울음
                                                            야옹!
                                                            야옹!
                                                          이~야옹!


                                                  후레쉬 불빛 속에 새끼 고양이
                                                   내 발끝마다 종종종 따라오니
                                                      너와 연緣이 되고프지
                                                            않아
                                                            않아
                                                            않아
                                                          손사레에도
                                                           종종종
                                                           종종종
                                                  하물며 배를 드러내 애교부리니
                                                    낯선 아이 마주 안았을 때
                                                        감기콧물 흘리니
                                                         나도 흘리니
                                                      잠자리 오르는 계단
                                                    종종걸음으로 앞장 서 가네


                                                 인연의 아픔과 슬픔 또 겪기 싫어
                                                  연을 거부하던 시선 아랑곳없고
                                                  의사께도 연이 되고프지 않다고
                                                   “병든아이 누가 데려 가냐”고


                                                결국 연이되어 <비올라>이름을 주고
                                                  해바라기 배타고 산넘고 강건너
                                                  엄마 찾아 삼만리 달려온 비올라
                                                  두 귀는 장미꽃잎이 듯 부드럽고
                                             두 눈은 깜깜한 밤하늘 반짝이는 별빚이어라


                                                        두렵던 만남이
                                                      운명이란 연이 되어
                                                        날마다 문간에서
                                                        엄마 기다리는
                                                          치명적인
                                                      어여쁜 딸이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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