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전시가이드 2023년 7월 표지작가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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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Neo-Flower 2241 (BTS의 꽃), 33.4x24.2cm, Mixed media on canvas, 2022 Neo-Flower 2242 (BTS의 꽃), 33.4x24.2cm, Mixed media on canvas, 2022
꽃은 단 하나도 같은 꽃이 없다.
꽃 속에 표현하고 싶은 인물들의 인생이 들어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사람은 꿈을 먹고 산다. 관객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다.
- 김현주-
집중력을 높이면서 ‘메시지’의 무게를 더하기 위한 조형원리로 제격이다. 50 흐름에선 동떨어진 채 독자적 영토를 다져왔음을 보여준다.
여년의 작가 삶의 경험(기쁨과 슬픔, 용기와 좌절, 희망과 절망, 기대와 실망, 그런 차원에서 볼 때 그의 꽃은 오히려 염원(念願)과 바람을 간직한 자연물이
자유와 속박 등)에 의해 깨닫게 된 세계를 대상과 연결하는 일종의 매개인 꽃 자 현실의 시간과 영원한 시간이 넘나드는 초현실의 교차로이자 인생의 향기
과 인물은 작가에게 가장 합리적인 주제다. 타인의 시선에선 꽃처럼 화려했을 가 꽃으로 피어나길 기원하는 작가의 미적 기호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항상
수도, 그저 한 순간의 환영이었을 수도 있었을 법한 삶이지만 탄생과 죽음, 피 텅 빈 배경은 물질적 혹은 정신적 견지에서 정확하게 규명될 수 없는 무한의
고 지는 순환 앞에선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기에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소 것을 뜻하며, 여백으로 둘러싸여 있음에도 그 안에는 무수한 현존이 작가에 의
재이기도 하다. 다만 인간 삶의 내용이 저마다 다르듯 그가 그린 꽃들도 같은 해 ‘현현’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게 없다. 전체적인 형태, 잎사귀의 모양, 인물의 표정과 모습 등에서 동일성은 그러고 보면 김현주의 꽃은 시지각의 상태에 국한되지 않는다. 어쩌면 그 자체
찾기 어렵다. 물감을 얇게 발라 더없이 여려진 꽃잎처럼 어떤 이의 생애도 약 로 세상의 이치와 어떤 존재 간 직접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매개이고, 안위와
하고 연하다. 임팩트 있게 공간에 단단히 똬리 튼 꽃송이마냥 혹자의 삶은 그 평화를 공고히 한 채 자신의 지향을 드러내는 무대다. 그리고 그의 그림 속 꽃
자체로 강렬할 수도 있다. 인지방식과 의식의 차이에 의해 달라질 뿐 정의는 과 신문, 인물 등의 이미지는 그 지향의 건강함을 믿는 증표이자, 이젠 더 이상
불가능하다. 존재라는 측면에선 같으나, 주어진 생의 시간 또한 제각각이다. 가시적이지 않은 존재(들)에게 실존이 다가설 수 있는 통로, 공유 가능한 복합
김현주의 꽃은 이렇듯 수없이 교차되는 의미의 단락 혹은 마디마디에서 자라 적인 장소다. 물론 그 스스로에겐 꽃 한 송이, 인물 하나가 내면과 마주하는 거
고 움튼다. 작가의 시선으로 포착한 시간에서 싹트고 인위적으로 부여한 공간 울이며 존재성을 되새김토록 하는 매우 충실한 매체임에 분명하다.
에서 화려하게, 영원히 개화한다. 시간을 관통해 영원에 새긴 인물들은 다양 흥미로운 건 인물의 끝자락에 놓인 ‘선함’의 ‘공유’다. 이는 작가 내면의 유포
하다. 1988년 유니세프(UNICEF) 친선대사가 된 유명 배우이자 인도주의자 와 대동소이하다. 선한 의지는 불신보다는 신뢰를,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기
였던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 20세기 중반 헐리우드의 배우이자 가 를, 상실보단 희망을, 슬픔보단 기쁨을, 절망보단 기대를, 상처보단 행복을 담
장 활동적인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엘리자베스 테일러(Elizabeth Taylor) 아내려는 태도와 동의어인 셈이다. 각각의 인물들이 그러하듯 그 태도 속에는
역시 김현주 작업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로 김현주의 회화에서 재해석 되어 오 시대구분 없이 존재해온 인간의 고통과 방황, 불안함, 치유가 동시에 놓여 있
늘도 살아 숨 쉬고 있다. 시들지 않는 영원한 생명력을 부여 받은 그의 꽃들은 다. 이는 경험 없이는 불가능한 명제들이다.
철학적 및 지각적 측면을 탐구하며 진정한 것에 대한 이해를 도모해온 작가의 한편 김현주는 다양한 기법의 수용과 기술 매체의 활용을 통한 실험에도 관심
고된 연구의 결과로써 현재까지 우리와 동행하고 있다. 을 기울여 왔다. 어느 한 분야에 머무르지 않은 채 판화, 회화, 조각 등으로 확
장되었고 그 실험은 디지털 매체를 바탕으로 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
현재까지 진행 중인 김현주 작가의 가상의 꽃 연작은 2004년 시작됐다. 어느 면서도 수공예적 특성도 배척하지 않는다. 인터넷 검색으로 수집하고 편집한
날 길에서 우연히 바람에 나부끼던 신문지를 꽃으로 본 ‘착시’가 발단이었다. 기사들, 일일이 찾아 조합한 후 여러 의미의 층위를 손으로 겹겹이 쌓는 방식
그 신문지 속에는 다양한 인간 삶이 시간을 달리한 채 베어 있었고 꽃이라는 으로 섬세하게 직조한 이미지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사물과 장면의 모습을
명사에 박제된 이야기들은 돌고 도는 시간의 순환과 시간의 영원성을 배양한 정확하게 포착하여 현실을 충실하게 표현하기 위한 작가의 고된 수고스러움
것이었다. 김현주는 그렇게 꽃에 신문을 그리며, 신문을 꽃처럼 표현하며 시 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러한 작품과 함께 작가가 걸어온
간 속 존재를 보다 존재답게 빚어냈다. 김현주의 그림은 현실과 초현실이 하 길을 엿볼 수 있다. 한 인간으로써, 한명의 예술가로써 살아오며 느끼고 경험
나의 화면에서 병치되거나 병립하면서도 일반적이고 고정적인 미술사조와의 했던 삶과 존재에 대한 메시지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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