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전시가이드 2025년 06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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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자 작가의 예술과 삶



        “흐르는 강물처럼”-고향, 가족, 자연, 행복, 평화



        글 : 이문자(전시가이드 편집장)














































        행복(幸福) 24-4-5, 41x32(cm), 한지, 혼합재료, 2024







        자연의 흐름과 그리움의 결, 한지와 대나무로 엮어낸 서화세계               는 투명한 한지를 선호한다는 고백은, 재료 자체가 자연의 흔적이자 정서적
        “역류하지 말고 그대로 그렇게 자연스럽게.” 강물처럼 흐르듯 살아가고 싶다       매개체로 기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는 바람 속에는 작가의 예술 철학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반짝이는 아침 햇살
        에 부서지는 강물처럼, 그녀의 작업 역시 때로는 부딪히고 엉키더라도 결국        작품의 중심에는 늘 ‘글씨’가 있다. 진주여고 1학년 시절, 은초 정명수 선생에
        엔 고요히 흐르는 하나의 표면을 이룬다.                          게 서예를 배우기 시작한 이후, 서예는 그림보다 더 자연스럽고 익숙한 표현
                                                        수단이 되었다. 특히 상형문자의 성격을 지닌 전서체를 즐겨 쓰는데, 이는 단
        도미자 작가는 오랜 시간 한지와 먹이라는 동양의 전통 재료를 바탕으로 자        순한 문자 표현을 넘어, 그림처럼 화면을 구성하는 조형요소로 기능한다. 전
        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특히 닥나무로 만든 전통 한지 위에 먹의 농담을       서체는 그녀의 손에서 하나의 회화가 된다.
        실험하고, 그 농도를 여러 단계로 구분하여 표현하는 섬세한 감각은 오랜 시
        간 축적된 내공의 결과다. 한지의 두께, 먹의 흡수력, 삼합지의 번짐까지 모든     이러한 전서체의 바탕 위에 더해지는 것이 바로 대나무다. 지리산 자락 어머
        요소는 실험과 실패를 거치며 손끝에서 길들여졌다. 무엇보다 닥섬유가 보이        니가 생전에 사두었던 집, 그 집 뒤 대밭에서 직접 베어낸 대나무는 삶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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