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손미라 개인전 2023. 10. 18 – 10. 24 갤러리라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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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미학, 心眼의 풍경에 담긴
                                           ‘자기-서사(SELF NARRATIVE)’



                손미라의 작품에는 존재를 향한 애정 어린 마음들이 유토피아의 향연처럼 펼쳐진다. 작가는 구상과 비구상, 자
                연과 사람 사이를 넘나들며 내면의 소리를 관통한 ‘삶(生)  자체’를 이야기한다. 작품〈心眼의 풍경〉들은 작가가
                살아낸 따스한 스토리텔링이자 내면의 목소리를 담은 관계의 서사라고 할 수 있다. 관계란 상호인정을 전제하며
                끝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유지되지 않는 손에 잡히지 않는 ‘미완의 프로젝트’와 같다. 손미라는 사랑을 전제하는
                삶이야말로 진정성 넘치는 관계 미학의 구현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추상이던 구상이던 관계없이 마음이 시키는
                대로 그려낸 솔직한 붓질이 사람과 사람사이를 이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제목에 각인된 ‘心眼의 풍
                경’의 표상은 ‘우리 마음(共感)’으로 가기 위한 정거장이자 작품인생(Life as an artist)에 던지는 끊임없는 질문과
                도 같다. 손미라에게 작업이란 주변관계를 설정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발견하기 위한 성찰과 수행의 과정인 셈
                이다.
                생명이 투사된 形과 色의 스펙트럼
                생명력 있는 색채 덩어리들이 상이(相異)하면서도 유사한 관계맺음을 통해 움직이고 마주치며 연계해 나아간
                다. 손미라의 작품은 형태와 색채의 조화로운 스펙트럼을 통해 조형요소 자체가 주인이 되는 ‘半추상/半구상’ 이
                상향을 보여준다. 이른바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만나는 공감각적/통시적 세계, 구상 속에서 추상이 열리고 추
                상 속에 현실이 개입되는 이러한 현상은 색채•조형 등의 추상요소와 구상화의 서사적(narrative) 주제가 평등
                하게 융합됐기에 가능한 것이다. 작가는 색채와 형태 중 어떤 것도 우선되지 않은 ‘마음이 직관한 그림’을 그린
                다. 색상과 형태가 서로에게 종속되지 않은 평등한 상태는 존중과 화해의 어울림을 위한 메타포의 구현인 것이
                다.
                작품 가운데 미세한 網點의 덩어리들이 수없이 겹쳐 완성된 시리즈에 주목해보자. 순수한 색채와 존재의 덩어리
                들이 서로를 끌어당기며 하나로 이어지고 선으로 연계되어 작가만의 심안의 세계를 표현하였다. 이는 물감의 무
                게를 다양한 실험을 통해 완성한 것으로, 작가의 세월이 묻어난 창작에너지의 결과물이다. 작가는 처음 거리풍
                경과 인물화가 어우러진 평면구상을 통해 화단에 등단했다. 이후 15년 간 손미라가 선택한 것은 표현적 터치가
                있는 구상 속에서 비구상적 요소들을 구현해낸 작업이었다. 숯가루, 잿소(겔), 백토가루 등을 이용한 밑작업은
                아크릴의 색을 자연스러운 미감으로 만드는데 영향을 준다. 또한 부조감을 캔버스에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크기
                와 색을 가진 조약돌•굵은 모래 등에서 착안하여 網點화에서 강한 선으로 대상들을 표현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여기서 아이디를 얻은 작업이 바로 <心眼의 풍경> 시리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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