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손미라 개인전 2023. 10. 18 – 10. 24 갤러리라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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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입체파가 추구한 깨진 거울의 다시점(多視點) 속 대상들처럼, 우주 속에 존재하는 점과 같은 대상들(인물
                과 동•식물 등)을 생명을 이어가듯 찍기 시작한 것이다. 다양한 모레 자갈이 모여 빛나는 현상을 만들 듯, 구상
                과 비구상을 오가며 리드미컬한 관계미학을 표출해온 작가는 색에도 “강-약-약, 중간-약-약”과 같은 무게와 리
                듬감이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를 반영하듯 색의 온도와 감각이 시각화된 작품 속에서 운동감과 율동감이
                있는 색채들은 부분과 전체가 조화를 이루면서 생명력을 갖게 되어 또 다른 유토피아를 창출하는 것이다. 상상
                해보라. 천천히 올려낸 감각적 색채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기까지 작가는 얼마나 많은 인고의 시간을 견뎌
                냈을 지를.
                손미라의 작품에는 ‘모두의 행복을 축원하는 사랑의 에너지’가 감지된다. 색의 무게를 다룬다는 것은 이를 접하
                는 관객들의 심리상태를 시각화하여 심적 거리를 확보하려는 시도이다. 파스텔톤에서 오는 편안함은 치유효과
                를 갖기 때문이다. 작가는 동서고금의 지혜 속에서 조화와 질서를 배운다는 작가는 암수의 식물과 음양이 어우
                러진 조화로운 ‘心眼의 풍경’을 통해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교감을 설정한다. 부분과 전체를 아우르는 전반적인
                스토리텔링은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반복되어 나타나는 산과 물(山水), 새와 꽃(花鳥)들은 작가가 꿈꾸었던 사
                랑이 넘치는 ‘心眼의 풍경=유토피아’인 셈이다.
                우리는 감정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 안에서 관계란 일차적으로 ‘사람사이의 거리’이며,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언
                어를 가로질러 움직임•형상•색채와 상호작용하면서 가까워지고 풍부해지는 것이다. 작가가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이유는 형태와 색이 없는 리드미컬한 관계 속에서는 마음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자연형태
                에 담긴 표현들은 조감법으로 이어지고, 꽃구름에 내재한 흩뿌려진 희망들은 오늘의 작품으로 이어져 새 생명을
                창출한다. 바탕은 가라앉고 대상은 명확하게 표현된 나무와 산은 음과 양의 조화를, 연인일수도 부부일수도 있
                는 대상들은 “함께 이루어 만든 공유(共有)의 관계”를 나타낸다.
                작가는 형식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과 주제해석을 향한 질문 속에서 예술가의 역할과 만난다. 마음의 실타래를
                좇아 미로의 출구를 찾아가는 여정, 그 막막함 속에서도 작가가 붓을 꺾지 않은 이유는 자신과 관계한 모든 이
                들이 작품과 만나 삶을 긍정하고 치유와 공감의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니콜라 부리요(Nicolas
                Bourriaud)는 『관계의 미학』에서 “예술이란 공감과 공유를 생산하여 유대적인 관계를 낳아야 하고, 예술가는 만
                남의 약속을 제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 상호작용의 영역과 사회적인 맥락을 지평으로 삼는 예술이야 말로
                진정한 ‘관계적 예술’이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손미라의 작품은 서로-사람과 사람 혹은 대상과 생명-를 잇
                는 요소이자 지속적인 만남을 유도하는 매개체인 것이다.


                                                                            안현정 (미술평론가/예술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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