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손미량 초대전 2023. 5. 17 – 6. 2 장은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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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 전시장에 온 아이 4 27x22cm
Oil on canvas 2023
서게 된다. 차가운 현실에의 도피일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 일상적으로 부딪치는 차가운 현실로부터 과
거의 시간으로 회귀하고픈 건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따라서 그 자신의 심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셈
이다.
그는 이러한 심적인 상황을 그대로 드러내는 방법으로 사진을 이용했다. 그 자신의 개인사적인 소소한 일
상의 편린일 수 있는 아이의 모습은 퇴색한 사진과의 연관성을 부정하지 못한다. 어린 여자아이에 현실의
그 자신이 오버랩하는 건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세상을 모르는 아이의 천진한 모습에도 때로는 쓸쓸함이
깃들일 수 있다. 이는 어른의 시각이라서가 아니라 자의식이 명료치 못한 아이일 때도 외로움을 느낄 수 있
는 것이다. 그런 외로움이란 어떤 형태이든지 아이의 모습에 슬며시 끼어들 수 있다. 그의 그림에서는 그런
외로움이 읽힌다.
아이를 감싸는 외로움은 때로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추억과 결부시키는 동기가 된다. 그러기에 애틋함이 느
껴지고 문득 아이를 감싸 안아주고 싶은 감정이 동요한다. 그림에 등장하는 아이는 특정한 아이가 아니라
우리가 겪었던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의 초상화일 수 있다. 그는 이와 같은 우리들의 어린 시절 초상화 속
의 아이에게 꽃 한 송이를 건넨다. 이는 사랑해주고 싶은 아이에의 진심 어린 헌사이다. 그림 하단에 꽃송
이를 슬며시 끼워 넣는 것으로 그 자신의 어린 시절 또는 우리의 정서적인 공감을 유도한다.
작품에 따라서는 과거라는 시제를 분별하기 어려울 만큼 현실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밝고 화사한 이
미지, 즉 현실적인 색깔로 보여지는 경우의 작품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아이의 모습은 무언가 애틋한 감
정을 일으키는 과거의 시점과 달리 현실적인 분위기를 담는다. 거위와 노는 아이, 머리에 리본을 달고 손에
꽃을 든 아이, 발레를 배우는 아이, 고양이 자동차를 타고 노는 아이, 형광색 안경을 쓴 아이, 과자봉지를 든
아이, 비둘기들과 노는 아이와 같은 작품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의 조형적인 감각 및 기술은 일반성을 뛰어넘는다. 그런데도 기술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기술을 감춤
으로써 오히려 감성적인 부분이 선명히 드러난다. 이는 시선을 자극하는 대신 감정을 움직이는 힘으로 작
용한다. 인물 묘사가 뚜렷하지 않으나, 실제를 능가하는 묘사력이 짚어내지 못하는 부분에서 감성적인 흡
인력을 발휘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형상보다는 그 이면에 은거하는 심미 표현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궁극적으로 그림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어야 한다. 마음이 동하면 감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
며, 그림의 진정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