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 - 신선영 개인전 2022. 10 1 – 10. 14 갤러리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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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로 소통하는 ‘마음그림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세상의 호기심을 동화 시인처럼 구현하는 신선영 작가. “소리가   오는  소외감·외로움·환희·화합  등의  복합적인  감정을   자유로운 소통을 향한 ‘희망이 넘치는 부활’을 상징한다. 실제
          듣고 싶어 작업을 하는 것 같다.”는 고백처럼, 작품을 가만히   감상자와 간접적으로 매개해 주는 적극적인 조형요소”라며   작가에게 십자가란 고뇌가 아니다. 예수그리스도를 통해서 죄와
          들여다보면 청각장애를 아름드리 이미지로 극복한 희망의     “슬픔·고독·쾌락과  같이  서로  당기고  풀어지고  엇갈리는   용서를 고백하는 순수한 마음의 표현인 것이다.
          메시지들이 작품 곳곳에 담겨 있다. 소통은 꼭 소리로만 하는   제멋대로 엉켜버린 감성의 물결들을 다양한 하모니로 표현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눈과 눈이 마주쳤을 때, 많은 설명을 하지   것”이라고 밝혔다.                     신선영은 이름 모를 꽃을 유아적 모티브로 형상화한다. 주변에서
          않아도 상대의 마음을 알게 된다. 작가가 쓴 다양한 색들은                                     흔하게 보아왔지만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일상의 이미지들이
          중첩된 얇은 종이를 타고 서로의 소리들을 아름답게 교차시킨다.   위태로운 오늘의 세계를 다양한 색을 섞듯이 화합한 ‘하트’의   내면을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자연의 이치와
          화학물감이 내지 못하는 순수한 색의 향연, 화사하고 기분 좋은   풍경들은 다양한 이미지와 풍성하게 결합해 협력과 사랑의   조화의 정신을 깊이 되새기면서 자신의 감정과 정서에 솔직히 귀
          색들의 만남은 소리의 인상을 담은 교향곡과 같다. 말 그대로   메시지를 남긴다. 작가는 본인만의 기법을 여러 재료를 활용한   기울인 결과이다. 작가가 선택한 이미지들은 때론 사실적으로,
          신선영은 이미지로 소통하는 순수한 작가다.           콜라주에서 찾는다. 코로나로 일상이 묶여버린 답답한 삶, 못   때론 과감한 생략과 색채 사용으로 확실한 이미지 소통을
                                            듣는 것을 넘어 시·공간의 제약이 감옥처럼 이어진 긴 시간   강조한다. 오래된 전통 한지의 느낌이 아니라 동시대 감각을 담은
          청각장애를 극복한 아름다운 콜라주                속에서 작가에게 종이를 찢고 새롭게 재구성하는 과정들은 삶의   활달하고 에너지 넘치는 콜라주가 펼쳐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유로운 구획을 만들어나가는 ‘자신만의 세계관’인 셈이다.   작품을 오랜 시간 보고 있으면 잘 배어난 수묵담채화를 보는
          신선영의 그림에는 십자가, 창문, 하트, 별빛 같은 희망을                                     듯한 착각을 불러온다. 소리를 시각화하기 위해 고민한 작가의
          상징하는 단어와, ‘달려라 붕붕’, ‘사랑을 싣고’, ‘레브와 함께’   구상과 추상의 조화, 자유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   진정성이 작품에 배어든 까닭이다. 다층의 색채와 화면을 가득
          같이 작가의 바람을 언어로 옮긴 시적 바람들이 제목으로                                       채우는 독특한 콜라주 구성은 동·서양의 조화로운 만남 속에서
          등장한다. 레브는 작가 곁을 지키는 예쁜 반려견이다. 자연을   이번  작업에서  중심을  이루는  작품들은  점·선·면  기법과   표현적인 조형미를 드러낸다. 자신의 감정을 진솔하게 그리는
          산책하는 일상이 소소하게 작품으로 녹아든 그림 안에는 ‘국한문   액션페인팅 기법을 활용한 자유로운 추상표현이다. <무제>라는   맑은 마음, 이것이 신선영이 이미지에 소리를 담은 이유가
          혼용’으로 쓰인 한지 콜라보가 묘하게 스며있다. 주로 혼합재료를   제목처럼 점·선·곡선을 중첩 시킨 추상의 하모니는 ‘별빛’,   아닐까.
          쓰는  작가는  다양한  색지를  콜라주하여  중첩시킨  기법을   ‘새싹여름’, ‘벚꽃’, ‘플라워’, ‘물의 소중함’ 같은 비정형적 언어를
          사용한다. 듣지 못하는 불편함을 아름다운 ‘이미지 소통’으로   작가의 행위로 옮겨낸 듯 묘하게 연결돼 있다. 창문구조를 갖는   신선영의  작업들은  내면의  동심을  자극하는  밝은  미소를
          환원시킴으로써 청각 상실이 불러온 오해와 감정을 자유로운   <일상> 시리즈는 구상과 추상을 연결하여 드러날 듯 드러나지   유도한다. 삶의 작은 순간마저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내면의 우주와 맞바꾸는 꿈을 실현하는 것이다.         않는 작가의 마음 상태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창문은 안과 밖이   작가는 인간과 자연의 교감, 사람과 동물과의 대화로까지 ‘소소한
                                            합일된 세계이자 ‘소리와 보기’의 경계를 나타낸 상징이다.   에너지’를 확대 시킨다. 화면을 가득 채운 동화적인 심상들은
          작가는  작품세계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작품들은  내가   작가가 다양한 구조의 창문 기법을 사용하는 것은 현실에서   마음을 정화 시켜 잠시나마 복잡한 일상을 해소시킨다. 이미지
          청각장애인으로서 표현하려는 대화와 관계된다. 그림을 통해   교차할 수 없었던 형상들이 작품 안에서는 자유롭게 드나들 수   소통은 관계라는 단어로까지 이어진다. 작가는 청각장애를
          다른 사람과 자연스럽게 감정 교류가 이루어지는데, 작품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작가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해체하여,   소통의 부재로 인식하기보다 사랑과 화해를 통해 지금보다 더
          등장하는 하트 모형은 많은 사람과 행복한 만남을 나누고자   자신만의 초월적인 영역을 창출한 것이다. 이에 더해 경계를   따뜻하고 행복한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희망을 작품안에 담아낸
          하는 마음의 상징이다.” 모든 대화와 감정의 연결을 하트라는   희망으로 표출한 교차의 지점은 사유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이다. 신선영에게 그림은 순수한 교감이자 ‘사람과 사람’, ‘나의
          모형에 담은 까닭은 일상적 모티브를 작품과 연동한다는 뜻이다.   <십자가> 시리즈 속에서 빛을 발한다. 좋아하는 선과 싫어하는   어제와 내일’을 연결하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따스한 감성이
          소통을 통한 깨달음은 ‘수담(手談)’의 여러 의미를 시각화 시킨   선의 구분이 없는 자유로운 추상표현들이 십자가 내면에서도   그리운 가을, 마음 깊은 온기를 끌어내 웃음 짓게 하는 신선영을
          계기가 되었다. 작가는 이어서 “수담 모형들은 인간관계에서   발견되는데, 십자가 안의 다이아몬드와 같은 자개 표현은    작품들은 마음에 희망을 채워 넣는 행복한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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