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이주영 개인전 2022. 7. 6 - 7. 19 콩세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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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화폭에 그림을 그린 후 그것을 5미리 7미리 10미리로 아주 짧게 잘라 화폭에 다시 순열 조합하는 패턴으로 정교한 작품들을 질서 있게 그리고 독창적으로 완성했다.
1992년 LA의 LACA 갤러리의 작품들은 이러한 세계를 정리하고 결집시킨 작품들이다. 조합의 기법에 따라 다양한 색채들이 만들어내는 이 변화무쌍한 색채의 착시와 축
제를 그는 드뷔시의 “달빛”처럼 드러냈다고 만족 할 만큼 그의 작업은 분명 풍부한 독창성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그의 작품은 훨씬 감각적이고 조형적으로 구성되면서, 선
명한 색채의 대비와 원 형태들이 등장하면서 율동적인 화면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소리를 시각적인 조형으로 승화시키는 독창적인 화풍을 시적인 색채와 리
드미컬한 형태가 결합된 작품으로 탄생 시켰다.
<현을 위한 아다지오1>이나 < 야상곡> <피아노 콘체르토>의 작품은 그가 얼마나 “소리는 색을 보게 해주고 색은 소리를 듣게 해준다.”라는 신념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보
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그러한 절정은 아마도 <오 환희>시리즈에서 스케일과 짜임새에서 우주적인 세계의 탁월한 표현의 감동스러움을 주었다. 특히 원형의 형태들이
빚어내는 하모니와 입체적인 양감은 색다르고 보기 드문 공간감을 구축 했다. 2009년 테마로 삼았던 빛과 소리의 앙상블 전시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의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기하학적인 패턴에 수직, 수평이 일정한 공간으로 분할된 화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것은 소위 옵티컬한 아트라고 선보이는 이주영의 새로
운 작품으로 평가 되는 작품들이다. 그는 정말 회화의 중요한 8가지의 조형요소, 수직선과 수평선, 빨강, 파랑, 노랑의 삼원색 그리고 백색, 회색, 검은색의 3 무채색으로
우주의 불변하는 보편적 법칙을 포함하고 있다.
그의 기법 또한 단순하지 않다. 작가는 그의 비주얼한 시각적 작품으로 3.5.7미리의 크기로 각각 잘라 베를 짜듯이 작품을 만들어 냈다. 옵티컬한 우주와, 그 안의 모든 세
계를 소리라는 음악 속에서 다루고자 한 것이다. 화면에서 오직 색채와 빛으로 전달되는 에너지를 옵티컬한 질서에서 보이는 그의 작업은 빛이야 말로 유일한 리얼리티라
고 믿은 들로네처럼 그의 작품에는 색채와 리듬의 상호작용이 절대적으로 시각적 추상회화를 만들어 낸다.
“색채의 동시 대비를 통해 색채는 역동성을 찾게 되며 그림에서 색채의 구성이 이루어지게 된다. 또한 이는 현실표현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된다.”라는 들로네의 신념이 오
르피즘이란 그림을 만들었듯이 그의 작품세계를 보면서 그가 40여 년 동안 외롭게 해온 이 옵티컬한 작품에 대한 관심과 평가가 너무나 편협했음을 반성한다. 물론 그러
한 평가가 우리 미술에 층이 얇은데서 비롯되지만 옵티컬 아트에 대한 작가 층이 너무 약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감히 이주영의 작품을 프랑스 화가 야곱 아
감 <Yaacov Agam>의 키네틱 아트와 비교될 정도로 ‘한국의 야콥’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아마도 그의 이러한 작업이 가능했던 것은 1960년 초반 시골 온양고등학교 시절 미술을 하고 싶어 무작정 그림을 싸들고 매주 서울대학교 교무실로 찾아가 문학진, 류경
채, 서세옥 선생들에게 무료로 레슨을 받으면서 그림을 그린 그의 끈질긴 집념과 노력이 아니었으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김 종 근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