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김도마 초대전 7. 17 – 7. 26 장은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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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적이고 즉자적이며 감성적인 표현

                                                               글 : 신항섭(미술평론가)






           화가에게 의식의 자유로움은 어떤 의미일까. 지식이나 경험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의식은 창작
           행위와 상통하는 점이 있다. 상식이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파격적인 표현은 곧 자유로운 의식의 산
           물일 수 있기에 그렇다. 하지만 창작 과정에서 의식은 적절히 통제하고 제어해야 한다. 지나치게 자
           유로운 의식은 자칫 감정 쪽으로 흐를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런 우려가 있을지언정 창작에서 의식의
           자유로움은 상상의 영역을 확장하는데 긴요하다.

           김도마의 작업을 보면서 한마디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는 인상이었다. 무엇보다도 작업에서 자
           기복제가 없다는 점이 그랬다. 바꾸어 말해 조형에 관한 자기만의 데이터가 없다는 뜻이다. 정해진
           조형적인 기법이나 질서가 존재하지 않는 분방한 작업 형식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구체적인 형상을
           좇는 표현 방식이 아닌 이유도 있으나, 특정의 형식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독자적인 형식미를
           의식하지 않는 분방한 표현이야말로 날것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모른다. 날것이란 일테면 순수한 자
           의식 활동을 통해 나오는 표현, 즉 즉자적인 존재로서의 표현적인 이미지를 말한다. 그로서는 바로
           날것과 같은 순수한 표현을 최상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그가 지향하는 그림은 이렇듯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의식 상태를 표현하는 일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실제로 이전의 작업부터 현재까지의 몇 가지 형식의 작업을 보면, 즉자적인 표현이 다수를 차지한다.
           소재 또는 대상과 마주했을 때 느끼는 감흥을 여과 없이 그대로 쏟아낸다는 느낌이다. 처음부터 무엇
           을 어떻게 그려야겠다는 구체적인 안이 없는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한다는 얘기다. 작업이 진행하는
           동안 감정이 동요하고 의식이 활성화되며 손의 감각은 빠르게 반응한다. 손의 감각은 의식의 흐름을
           따르고, 감정의 흐름에 맡기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추상 또는 비구상적인 형태가 드러난다.

           그의 작업은 소재로 나누어 보면 대략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경주용 자동차를 소재로 한 일
           련의 작업인데, 속도감이 회화적인 이미지로 표현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자동차가 고속으로 달리게
           되면 공기를 가르게 되고 바람을 일으키며 진동이 발생한다. 시각적으로 인지되지 않는 이러한 물리
           적인 현상을 시각화하는 일이다. 1초, 아니 그보다 더 짧은 순간에 일어나는 자동차의 움직임과 거기
           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물리적인 현상을 하나의 이미지로 압축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동차의 이미지
           가 어렴풋이 나타나기는 하되 구체성을 상실하고 있는 건 자동차의 미려한 형태미를 좇는 게 아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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