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장희춘 초대전 2024. 11. 13 – 11. 23 장은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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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사랑과 행복의 감정을 유도하는 메신저



           우리의 일상적인 삶의 정경은 그림에서 흔치 않게 볼 수 있는 주제 가운데 하나이다.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이나
           실내 풍경으로 요약되는, 친숙한 일상이야말로 오랜 그림의 소재 및 주제였다. 화가가 아니더라도 그림에 관심이
           있다면 때로는 자신이 생활하는 실내 공간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바꾸어
           말해 생활 기물을 배치하는 일도 미적인 감각이 필요한 것인지라, 여기에 신경 쓰는 이라면 미적인 감수성이 예민
           하다고 보아도 좋다. 그런 감수성과 관심이야말로 누구에게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표현 충동을 일으키는 동인이
           된다.

           장희춘의 그림 대다수는 실내 정경이다. 가족이라는 가장 작은 사회적 단위가 삶을 영위하고 공유하는 실내라는 공
           간이 그림의 소재가 되고 주제가 된다. 그렇더라도 눈에 보이는 사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은 아니다. 그림이라
           는 조형공간에 합당한, 즉 시각적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아름다운 소재 및 구성 그리고 구도를 탐색하는 방식이다.
           그러기에 실제와는 다른 공간 구성을 모색한다. 현실과 그림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환기케 할 만큼 다양한 조형
           적인 해석이 이루어지는 것도 이에 연유한다.

           가정과 그에 관련한 일상적인 소품으로 채워지는 그의 그림은 모든 사람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삶의 공간이 된다.
           무엇보다도 그에 의해 선택된 일상의 소품은 실재하는 것일 수 있는가 하면, 그림다운 실내 정경을 위해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아니면 그 둘 다이든 아름다운 실내 공간이라는 이상적인 목표를 실현하는 데 적합하다.
           그가 지어낸 실내 정경은 오롯이 그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삶의 공간일 수 있기에 그렇다.

           식사나 차를 마시는 탁자와 의자를 비롯하여 소파, 안락의자, 벽을 장식하는 그림, 책, 꽃과 화병, 찻잔, 각종 병, 과
           일, 이젤, 와인, 조명등, 벽난로, 크리스마스트리 그리고 반려동물로 이어지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기물이 등장한다.
           이들 소품을 이리저리 짜맞추어 구성하는 화면은 그대로 평온하고 다복하며 꿈으로 가득한 이상적인 생활공간을
           연출한다. 이처럼 다양한 소품들을 어떻게 배치하고 구성하는가에 따라 내용이 결정된다. 다시 말해 그가 그림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 또는 메시지가 담기는 셈이다.

           특히 순수한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에 도움을 주는 반려동물들이 함께 하는 구성은 무한의 사랑과 행복 그리고 꿈을
           지어낸다. 아이들과 반려동물은 천진무구한 무원죄의 세상에 닿아 있다. 현실과 격리된 듯싶은 유토피아를 상정하
           는 것이다. 그림이라는 조형공간은 현실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희망과 꿈을 가능케 하는 마법의 세계이다. 그의 최
           근 작업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어린이가 주인공이 되는 소소한 일상이 가지고 있는 힘은 다름 아닌 순수성에의 동
           화이자 회복이다.

           가족 구성원에 따라 실내 정경은 달라진다. 아이가 있는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의 실내 장식은 확연히 다르다. 아이가
           있으면 그 아이의 일상이 중심적인 이미지가 된다. 따라서 그림의 구성이나 구도는 복잡성을 띠게 마련이다. 아이
           에게 필요한 장난감을 비롯하여 다양한 장식적인 소품이 등장하면서 풍부한 시각적인 이미지로 채워진다. 아이가
           꿈꾸는 세계에 근사한 시각적인 이미지와 정서로 가득한, 따스하고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꾸민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자신이 먼저 아이와 같은 시각을 가져야 하는지 모른다. 어쩌면 그가 지어내는 실내 정경은 딸
           과 함께 해온 즐겁고 행복한 순간에 대한 추억의 단편들이 아닌가 싶다. 그 순간들이 그의 머릿속에 박제되어 있기
           에 캔버스에 불러들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이와 함께한 행복한 순간들을 뒤돌아보면서 회화적인 이미지로
           변환해 낸다. 그러고 보면 막연한 상상의 조합이 아니라 경험했던 소중한 추억이 바탕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나
           간 시간, 즉 아름다운 추억에의 반추일 수도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고 보면 아이의 시각으로 꾸며지는, 또는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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