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장희춘 초대전 2024. 11. 13 – 11. 23 장은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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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 행복이 머무는 곳  116.8x80.3cm
                                                                       Oil on canvas  2015




           위해 꾸며지는 아기자기한 실내 정경은 체험적인 사실의 변환이자 변주일 수 있다. 한마디로 아이와 공유했던 그
           순간순간을 재현하고 싶다는 열망의 소산이지 싶다.

           그래서일까. 그의 그림은 전체적으로 밝은 빛과 화사한 색깔의 향연처럼 다가온다. 색깔이 지어내는 시각적인 이미
           지 및 정서는 그 자신의 심사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최근에 원색적인 색채이미지가 주도하는 상황으로 바뀐 건 무
           언가 강렬한 색채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시각적인 호소력에의 관심에서 비롯되었으리라. 따라서 이전까지는 그 자
           신의 체험적인 시공간에 대한 반추였다면 이제는 제삼자가 즐길 수 있는 그림에의 관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다시 말해 자신이 경험한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제삼자와 공유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전의 작업을 잠시 되돌아보면 치밀한 묘사를 기반으로 한 사실적인 공간개념에 근사한 작품이 대다수를 차지했
           다. 견고한 형태 감각에다 잘 짜인 구성 그리고 온화하고 평온한 분위기에 사로잡힌 대작이 많았다. 여기에는 밝고
           화사한 빛과 색깔이 주도함으로써 누구나 그림이 이끄는 정서에 동화되기 십상이었다. 대체로 색채의 톤은 부드럽
           고 따스하며 정감이 넘치는 시각적인 이미지를 지어낸다. 이러한 시각적인 이미지는 사랑스럽고 행복한 감정을 불
           러일으킨다. 노랑, 분홍, 초록 빨강이 중심을 이루는 색채이미지는 파스텔 톤을 지향함으로써 달콤한 감정의 유희
           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들 작업에서는 무엇보다도 빛에 대한 이해와 감각이 남다르다는 인상이었다. 이 시기의 작업은 실내 정경뿐만 아
           니라 빛으로 충만한 아름다운 정원을 배경으로 놓인 탁자와 의자 그리고 거기에 놓인 꽃병과 과일, 찻잔 등이 어우
           러지며 꿈같은 정경을 지어내는 작품도 보인다. 이런 정경과 마주하면 누구나 거기에 있고 싶다는 욕구와 함께 사
           랑과 행복한 감정에 빠져들게 된다. 이는 모두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삶의 공간이기에 그렇다. 분주한 일상에 찌든
           심신에 아늑한 휴식을 가져다주는 힐링의 정경인 것이다.

           이와 같은 형식의 작업은 이상적인 풍경에 대한 꿈과 동경을 심어주게 마련이다. 각박한 세상과 절연된 듯싶은 포
           근하고 아늑하며 평화로운 공간적인 이미지가 안분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꿈에 사로잡히게 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는 그림이 가지고 있는 호소력이자 영향력이다. 그의 그림은 치유와 힐링을 유도하는 힘을 내재한다. 그
           림이 가지고 있는 정서를 감염시킬 수 있을 만큼 매혹적인 정서로 꾸며지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원색적인 성향의 작업은 주로 소품이지만 구성은 대작을 전제로 한다고 해도 좋을 만큼 치밀하게 짜여 있다.
           소품이라고 해서 간단한 구성으로 끝내는 게 아니다. 언제나 확장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구성이다. 다만 원색적인
           작업은 아크릴을 사용하는 데다 평면적인 기법을 활용함으로써 단순하고 간결해서 시각적인 흡인력이 한층 크게
           느껴진다. 달리 말해 시각적인 이미지가 명료하여 미적 쾌감이 증폭하는 성향이다. 세부 묘사를 지양하여 단순하고
           간명한 이미지로 인해 경쾌하고 쾌적한 기분을 감지하게 된다.

           원색은 감정의 비등을 유도하게 된다. 순색일 때 그 정도는 더욱 심하게 된다. 그러나 원색을 조합하여 전체적인 조
           화를 모색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에서 작가적인 색채감각을 엿볼 수 있다. 중간색 중심이었던 걸 생각하면
           파격적인 변신인 셈인데, 이는 원색을 선호하는 최근의 경향을 반영한 선택일 수도 있다. 어떻든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우리에게 삶에의 희망과 열정 그리고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원색적인 이미지라는 점에서 고무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신 항 섭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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