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정영한 초대전 2022. 5. 11 – 5. 28 장은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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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채집과 복합콜라주의 다중 변주


                                                    안현정|미술평론가 · 예술철학박사







            정영한 작가는 밀레니얼 이후 초현실적 포토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중견작가로 알려져 있다. 하
            지만, 작품 속 언어와 동시대 사진 이미지를 활용한 구상회화는 개념미술과 결합된 ‘복합콜라주
            (composite collage)’의 형태를 띤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존 발데사리(John Baldessari, 1931-
            2020)가 추구해온 문자와 사진의 결합, 언어와 시각성의 상관관계를 계승하면서도 신화 상실
            (MYTH/LOST)의 시대가 추구해온 ‘즉각적 채집성’을 작품의 주요 코드로 삼았다는 점에서 장르를
            가로지르는 21세기의 동시대 양식을 창출했다고 평해야 한다.

            LOST의 이중전략, Mythos의 회복 언어
            최근에 선보이는 <이미지-時代의 斷想> 근작과 변용된 시리즈는 잡지 혹은 미디어의 세련된 단면
            을 사진 찍듯 기억해내는 작가의 평소 습관과 연계돼 있다. 현대 미디어가 추구해온 텍스트의 힘
            은 우리의 사고를 대중화된 스테레오 타입으로 고정시키고, 과거의 영웅이나 신화가 내포해온 다
            양한 해석가능성을 마비시킨다. 미디어 산업이 만든 상품미학의 가치 속에서 ‘보여주는 것을 그대
            로 믿어버리는 획일화된 눈’을 조장하는 것이다. 바다, 인형, 인물들이 펼쳐진 세련된 포스터 이미
            지 속에는 잃어버린(LOST) 원본의 가치들이 MYTH, HISTORY, BASICS, HUMOR, LIFE, YOUTH,
            HONOR, FANTASY, LOVE, DREAM, ROMANCE 등의 인문학적 감성 언어와 함께 2차원의 평면
            언어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재현적 이미지가 주는 대표성은 실제 사진 이미지가 아닌 작가가 중성
            색채로 표백화한 탈재현적 리얼리티의 표상이다. 말 그대로 정영한은 미디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생
            산 및 소비되는 이미지들의 기호학적 의미체계를 전복시키면서 이미지가 가진 인위성(혹은 허구
            성) 위에 잃어버린 가치를 새롭게 재편(Re-recognition) 하는 이중전략을 사용한다. 감상자로 하여
            금 능동적인 작품해석을 유도하면서 수동적 관람방식을 성찰케 하여 잃어버린 ‘뮈토스(Mythos)’의
            감성을 회복하려는 취지이다. 뮈토스는 신화원형이 전달해주는 본래의 언어(뿌리)를 의미하는데,
            넓은 의미에서는 시(詩)를 비롯한 문학과 예술의 진정한 알레고리(참뜻)와 맞닿아 있다.

            작가의 20대 시절부터 등장해온 미디어의 차용과 다중언어를 재조합하는 방식은 대중적 성격을
            가짐과 동시에 회화의 아카데미즘이 간절히 지켜온 ‘그린다(paint)’는 구상성과도 연결돼 있다. 이
            것은 소비문화가 만든 미디어의 속성을 직관하면서도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놓지 않으려는 정영한
            작가의 탁월한 통찰성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발데사리 이후 대중매체 이미지들을 차용한 많은




      표지 : 이미지-時代의 斷想  ICON  90.9×72.7cm  acrylic on canvas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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