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정영한 초대전 2022. 5. 11 – 5. 28 장은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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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時代의 斷想 Image-Fragment of the time
162X112cm acrylic & oil on canvas 2020
작가들은 개념미술의 전략 속에서 미디어와 소비문화의 만연한
현실을 비판적으로 보았으나, 정영한은 “21세기 회화성을 틀이
규정되지 않은 긍정의 다층언어”로 해석한다. 그에게 MYTH와
LOST라는 상반된 내용 언어는 개념을 뛰어넘은 차이/반복, 비
교/대조, 전통/현대라는 상반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변증법의 추구인 것이다.
작가는 사진과 미디어의 변화에 주목하면서 인터넷·잡지·영상매체에 남겨진 변화를 감각적으로 채
집하고, 단계별로 조직한 자신만의 구조 위에서 평면성·색면성·형상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작가
는 그린다는 행위성에 중점을 두고 함축적인 의미 속에서 본래의 진실을 전달하고자 한다. 이러한
뮈토스의 구조와 함께 등장한 언어는 일상적인 의미와 다른 ‘비유 언어’이자 통상적 사물체계에서
벗어나려는 낯선 창의성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이미지와 시대의 간극’을 동시대 언어로
통찰하려는 태도는 경제적 풍요를 누리며 미디어 이미지들(텔레비전·영화·잡지·광고)의 홍수 가운
데 성장한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이자 ‘새로운 차원의 재현(New dimension of representation)’을
탐구하려는 회화작가로서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를 선택하는 방식 역시 20세기 팝아
트의 차용·복제·혼성모방을 전략적으로 뒤집으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의 대중성과 아방가르드 신화
를 모두 수용하는 관망적 태도를 보여준다. 특히, 포스트모더니즘이 획득한 시간성(temporality),
이른바 “지속된 시간의 경과 속에서 이루어지는 관람객들의 참여와 경험”(Douglas Crimp, 1944-
2019), 앞에 철저히 계획된 구성을 선보임으로써 자신의 구상미술을 팝과 개념미술, 포토리얼리즘
과 미니멀리즘을 종합한 ‘복합콜라주의 다중변주’로 재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미술은 표현이 아니라 탐구이고, 우리시대의 아이콘(영웅)이나 신화를 발굴해냄으로써 이
미지가 제작되는 총체적 모험”이라고 언급한다. 이질적인 이미지의 절충 속에서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회화의 본질을 철저하게 지켜나가되, 이 시대가 탑재한 다양한 시각 언어들을 종합
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렇듯 “충분한 정보를 알려주되 보는 이로 하여금 자세히 바라보게 만
들고, 현대의 무비판적 수용에 대해 스스로 성찰해보도록 만드는 세련된 화화 언어”, “대상이나 사
건, 심지어 영웅들까지도 소비 가능한 이미지들로 매혹시키는 동시대 회화의 새로운 아카데미즘”
이것이 정영한 작가가 추구해온 21세기의 회화 미학이 아닐까.(2020년 서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