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안창석 개인전 10. 12 – 10. 18 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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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석: 아날로그 픽셀 회화를 통한 무의식적 기억의 사슬


                                                    이 필 (미술사/미술비평, 홍익대 교수)


       안창석은 지난 10여 년간 기억이라는 주제에 천착해 왔다.                     그의 기억 작업은 몇 가지
       국면을 거쳐 최근의 디지털 픽셀 이미지 회화작업에 도달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수작업으로
       그리고 붙인 비트맵(bitmap) 이미지를 선보인다. 흔히 BMP 파일 포맷이라고 부르는 비트맵은
       컴퓨터에 디지털 이미지를 저장하는 데 쓰이는 메모리 저장 방식의 한 형태이다. 비트맵은 일
       반적으로 래스터 그래픽스(Raster Graphics) 이미지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흔히 화소(畵素) 또
       는 픽셀(pixel)이라고 부르는 수많은 직사각형으로 구성된 이미지이다. 비트맵 이미지는 손으
       로 그린 유려한 선으로 이루어진 이미지와는 다르다. 픽셀의 수와 각 픽셀의 정보량이 이미지
       의 화질을 결정한다. 비트맵 이미지를 확대하면 사각의 픽셀이 확대되어 그리드의 그물망이 나
       타나며 이미지의 윤곽선은 직각으로 꺾여 계단 같은 형태로 보인다. 이미지는 확대의 강도에
       따라 선명도를 소실하며 추상화한다.

       안창석은 이 디지털 이미지의 픽셀 개념을 회화에 적용하여 수작업으로 일종의‘아날로그 픽
       셀’을 만들어낸다. 그는 손톱만 한 얇은 투명유리를 픽셀 단위로 간주하여 색을 입히고, 이를
       밑 색을 칠한 캔버스에 하나하나 붙여 나간다. 그는 이 과정을 현미경에 사용되는 슬라이드 글
       라스와 커버 글라스에 비유한다. 그에게 있어 투명 유리막에 색을 입히는 과정은 마치 현미경
       의 슬라이드 글라스에 요오드를 떨어뜨려 커버 글라스를 덮으면 맨눈으로 볼 수 없는 미시의
       세계가 보이는 현상과 같다. 그가 투명유리에 색을 입히고 캔버스에 하나하나 붙여 나갈 때 그
       의 아날로그 픽셀은 개념적으로 과거로부터 누적된 기억을 담고 있는 이미지의 단위가 된다.

       그가 이미 채색되어있는 캔버스 위에 기억의 최소단위를 붙여가며 형성하는 이미지는 우연적이
       며 잠재적인 기억에 의존한다. 이는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가 추구했던‘무의식적
       기억’과 유사한 듯 보이는데, 프루스트의 무의식적 기억은 미리 정해진 어떤 구체적인 형상이
       나 이야기도 지시하지 않는 추상적 이미지를 탄생시킨다. 안창석은 작업을 하면서 과거의 기억
       을 상기하지만, 그 기억은 픽셀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이미지의 불확실함 속에서 상기된다. 프
       루스트에게 있어 무의식적 기억의 상기가 4차원의 현재를 만들어내는 일로써 망각으로 사라지
       려는 영토를 다시 망각의 바닷속에 솟아오르게 하는 것이라면, 안창석의 아날로그 픽셀 작업
       역시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 안창석의 작업은 프루스트가 더 깊은 기억으로 들어가는 아
       날로그적 축적의 방식과 유사한데, 이는 아상블라주 기억 상기 방식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러
       한 기억 상기 방식은 그가 자신만의 픽셀 단위를 붙이고 축적해가는 콜라주와 아상블라주 기법
       에서 나온 우연한 결과물이다.

       이와 같은 기억 상기 방식이 잘 드러나는 형태는 안창석의 큐빅이다. 안창석의 작업에서 큐빅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이다. 그의 초기 캔버스 작업은 대체로 두터운 마띠에
       르로 이루어진 다양한 형태의 큐빅 폼을 실험한 이미지들이다. 이후 그는 사물과 관계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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