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전시가이드 2024년 01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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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마감-매월15일 E-mail :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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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forest D24-A(88) 47+36cm Ink on paper 2024 In the forest D23-E(59) 79×54cm, Ink on paper 2023
보다는 더 예측할 수 없는, 자신의 의도와 빗나가거나 자기 의지의 통제에서 면에 호쾌하게 던져놓은 듯한 선과 잉크의 얼룩이 생동하는 자연의 호흡, 떨
자유로워진 선들이 만들어내는 묘한 재미가 있다. 불가피하게 나무젓가락이 림, 생명의 어느 순간을 격렬하게 안겨주고 있다. 예를들어 한송이 꽃은 상승
라는 재료, 도구의 실현 가능성과 제약을 고스란히 받아내면서 예민한, 가늘 하는 힘에 의해 위로 솟구치다가 정점의 시간을 보여주며 홀연 멈춰있다. 꽃
고 날카로운 선들을 무의식적으로 중첩, 이어가는 형국이다. 이 개략적인 선 들은 사방으로 분출되는 에너지를 가시화한다. 이른바 기운생동하는 그림으
들은 덩어리와 볼륨을 지닌 공간이 있는 세계를 선만으로 간추려 떠낸다. 최 로 생명의 약동성이 느껴진다. 한편 꽃이나 잎, 줄기나 가지의 어느 부분을 연
소한으로 추려진 선들은 즉발적으로 밀고 나간 힘에 의해 더 없이 팽창되어 상시켜주는 간소한 선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상상을 통해 모종의 이미지를 떠
있다. 그 선들은 바짝 당겨진 활시위와도 같은 긴장을 조성한다. 예민하게 종 올려준다. 보는 이의 적극적인 관여와 개입이 요구되는 그림이다.
이의 표면을 긁고 나가는 예리한 선조가 직관적으로 포착한 자연의 이미지
를 호출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꽃>에서 진전된 <숲>시리즈는 구체적인 숲, 자연의 풍경이 전적으
로 자발적이고 유희하는 선이자 ‘산책하는 선’(Klee)에 이끌려 출몰한다. 해바
하나의 꽃과 숲이 이번 작업의 테마다. 그러나 특정 꽃의 재현이나 구체적인 라기나 연꽃 위로 날아다니는 잠자리, 개구리, 벌레들과 같은 바글거리는 무
숲의 모습을 묘사한 것은 아니다. 자연을 관찰하고 기억에 의지해 그린, 무의 수한 생명체가 여러 성격의 선들을 통해 출현한다. 나무와 그 주변을 어지러
식에 기반한 찰나적인 드로잉에 의한 선들이 생명의 궤적과 자취를 따라가 이 선회하는 벌레들의 떨림과 진동이 느껴지고 나무와 풀의 약동, 생성하는
는 형국이다. 종이 위에 즉흥적으로 긋고 끄적거리며 치고 나가는 선들은 강 기운들이 더해진다. 강하고 세련되고 유연하며 어눌한 선들이 뒤엉키면서 혼
약과 농담의 변화 속에서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 형상과 배경, 전경과 후경의 돈스러운 상황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작가가 몸으로 체험한 숲의 얼굴이다.
공간 구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의식하지 않고 화면 전체에 암시적으로 속사 <숲>시리즈는 마치 아이들의 낙서와도 같은 어눌하고 소박한 상태에 대한
로 이루어진 선과 잉크의 얼룩, 의도적으로 번져 놓은 부위 등이 흩어져있다. 동경이 있다. 나무와 뱀, 벌과 나비를 비롯한 다양한 생명체들이 가득하다. 터
꽃 봉우리 하나 혹은 두 개 그리고 무심하게 그은 몇 가닥 선이 전부인 그림은 질듯한 생태계의 풍경이자 생명체들이 지르는 소리가 선으로 가시화되는 듯
간결하고 적조하다. 한편 잉크를 수채화 물감처럼 번지게 해서 꽃의 형상을 한 그림이다. 작가는 그 숲을 통해 모든 것들이 뒤엉켜있는 사바세계를 은유
안겨주고 있다. 묽게 칠해 번짐으로 마감한 꽃 봉우리의 선염효과와 나무젓가 하고자 한다. 한편 꽃이 꽂힌 화병의 표면에 사람의 얼굴이 그려진 그림의 경
락으로 그려진 예민하게 날카로운 직선의 대비가 돋보인다. 실제의 자연계에 우는 화병에 갇힌 자아의 모습을 반영한다. 자연을 빌어 현실을 풍자하고 자
서 보고 기억한 것들을 자연스레 몸 바깥으로 툭툭 치고 나오는 느낌이다. 화 신의 내면을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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