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 - 전병현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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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Blossom”
세상에 태어나 “만개 滿開 ”한다는 것은 내가 살아가는 큰 이유 중 하나이다.
600년을 이어온 조선의 통치 철학인 성리학은 우리나라에 맞게 변화를
거듭해 조선 말기에 순수철학으로 바뀌게 되었으나 우리는 일제 강점기로
인해 화가들은 그 순수한 패러다임을 느끼기도 전에 서양의 철학과 신문
물을 받아들이고 소재나 기법 또한 맨탈이 뒤죽박죽 흔들려 도무지 앞뒤
가 연결이 안 되는 그림을 그려왔던게 사실이다.
수년간 프랑스 유학 시절 고향의 그리움과 동양의 향수를 한순간도 잊어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 미술사의 과거와 현대 그 연결 고리를 찾
기 위해 많은 갈등과 노력 속에 희미하게 원초적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성사심제 性師心弟 ” 즉 ‘우주는 스승이고 내 마음은 제자’ 그 의미를 가슴에
품고 바라보는 시각적인 만물이나 재료의 본질적인 원시성 Originality 은 태초
의 신비를 열어준 우주에서 찾게 되었다.
그 깨달음은 “싹공”이란 아호와 함께 “Blossom”의 모티브가 되었다.
차면 기울고 기울며 채워지는 밤하늘의 달 “싹공(삭공 朔◯ )”
달항아리로 표현되는 둥근달은 조선 시대 백자의 동양적인 정신을 함축하
고 밤하늘의 수많은 별은 내 마음속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이다.
우주에 공존하는 달과 수많은 별은 캔버스에 만개한 꽃 “Blossom”으로 우
리들의 가슴에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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