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2023 칠순의 쉼표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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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내가 놀았던 길
친구들과 함께 모교에 가서 사진도 찍고 그네와 시소 놀이를 타 보면서 즐거워하는 친구들을 보니 60여 년 전 철없이 뛰어 놀던 학창시절이 생각난
다. 운동장 한 곁에 체육관을 건축하느라 펜스를 쳐 놓았다. 우리가 공부를 할 때만 해도 교실이 없어서 벚나무 아래 긴 나무의자에 걸터앉아 공부하
던 생각과, 미끄럼과 그네와 시소를 타는 장소는 사방치기 놀이와 딱지치고 구슬 놀이를 하던 장소가 아닌가? 지금 학교건물은 2층으로 잘 지어진 좋
은 교실이 되었고 또 체육관을 건축한다니 언감생심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좋은 세상에서 발전된 학교모습을 보니 마음이 흐뭇하다.
마곡사 가는 길을 지나가면서 내가 살던 삼학식당과 종관이네 마곡여관, 구영이가 살던 대전여관도 조피난이네 가게 터도 이젠 흔적은 사라지고 오
래된 나무들 때문에 그 자리를 알 수 있는 기억만 남는다. 친구들과 옛 주막거리를 걸으면서 그때 같이 살았던 동네 어르신들과 선후배 친구들 생각
에 마음이 살짝 울컥하였다.
마곡사 절에 올라가니 그 절 그 부처님은 그대로인데 친구들의 모습은 주름살과 백발이 되어 있으니 인생무상 함을 다시 느껴본다. 그러나 마음만은
청춘이요 재잘거리며 삼삼오오 옹기종기 모여 사진 찍는 모습이 정겹기만 하구나. 오늘도 친구들의 모습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아 주기 위하여 동분
서주 이리저리 뛰며 항상 수고하는 사진작가 길환이가 유난히 고맙다.
모처럼 은적암 가는 길을 걸어가니 경치도 좋고, 지난 60여 년 전에 절에 기거하는 고시생들에게 일주일치 신문을 전해주던 생각에 내 스스로 대견
(?)했다고 칭찬도 해본다. 옛날엔 人生七十古來稀 라고 하지 않았는가? 여기 같이 온 친구들은 福 받은 친구들이니 서로 이해하고 나누고 베 풀면서
남은 인생 잘 살아 보세. 친구들 사랑한다.
2023년 6월
주막거리 건달 양 경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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